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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휴가 때 딱!…오락용 10권 + 도전용 10권

입력 | 2006-06-24 03:09:00


동아일보 ‘책의 향기’ 팀은 여름휴가 때 함께할 만한 책을 ‘오락용’과 ‘도전용’ 두 부류로 나눠 골랐다. ‘오락용’은 해변이나 집에서 뒹굴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재미있고 쉬운 책들이다. 반면 ‘도전용’은 책 주제의 무게나 두께에 질려 평소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휴가 때 작심하고 읽어볼 만한 깊이 있는 책들이다. 다독가로 알려진 6명에게 추천받은 각 범주의 책들과 책의 향기 팀원들이 자체 추천한 책들을 40권씩 추린 뒤 10권씩 골랐다.

■ 오락용 10권

책장 넘기기 바쁘게 술술 읽히면서도 덮고 나면 가슴에 남는 책. 여행 가방을 쌀 때 이런 책 한 권은 꼭 챙겨보게 된다. 추천자들이 입을 모아 권하는 책은 역시 소설이 많았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솜씨와 반전의 묘미를 맛보고 싶다면 미국에서 손꼽히는 이야기꾼인 로알드 달의 소설집 ‘맛’을 권한다. 가짜 목사 명함을 들고 런던 주위를 돌며 고가구를 ‘아주아주’ 헐값에 사들여 ‘아주아주’ 비싸게 팔아먹던 남자가 제 꾀에 넘어가는 ‘목사의 기쁨’ 같은, 잘 만들어진 단편 10편이 담겼다.

아르헨티나 작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의 소설집 ‘유부남 이야기’에는 중년 남자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유쾌한 단편들이 실렸다. 유약한 중년 샐러리맨이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강한 남성으로 거듭나는 ‘플라이, 대디, 플라이’도 유머와 은근한 페이소스가 담긴 소설이다.

‘파이 이야기’는 한 소년이 바다에서 표류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얘기하는 장편소설.

무더운 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게 공포 및 추리소설. 이 장르에서 추천할 책을 고르면서 책의 향기팀이 특히 고심했던 작품이 스즈키 고지의 ‘링’이다. 1990년대 중반에 출간됐고 이미 영화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특히 만약 아직 영화도 안 봤다면 반드시 소설을 먼저 읽어 보길. 읽는 내내 머리끝이 쭈뼛해지는 공포소설이다.

‘스티프’는 해부실습실, 인체부패연구소 등 일반인이 알 수 없었던, 시체를 다루는 곳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교양서다. 시체 얘기라지만 무섭다기보다 유쾌하고 문체가 다감하다.

‘전라도 우리 탯말’은 아름답고 흥겨운 전라도 탯말에 얽힌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가는 교양서다. 영화 팬이라면 영화감독 박찬욱의 인생 사연이 담긴 에세이, 영화 제작일지, 좋아하는 영화평 등이 묶인 ‘박찬욱의 몽타주’를 펼쳐 들면 시간이 영화처럼 흘러가지 않을까.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도전용 10권

‘도전용’ 책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길 권하는 과학책이 많이 꼽혔다.

과학책들 중 특히 최근작으론 미국 뉴욕시립대 석좌교수인 미치오 가쿠가 쓴 ‘평행우주’가 많은 추천을 받았다. 최근 천체 관측과 이론물리학의 새로운 도약에 힘입어 장족의 발전을 이룬 우주론을 쉽게 설명했다.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최근에 나온 자연과학 책 중 명저가 많은데 그중 ‘평행우주’가 가장 포괄적 주제인 천체물리학 전반과 천문학을 두루 다뤘다”고 추천했다.

‘우주의 구조’는 베스트셀러 ‘엘러건트 유니버스’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이 시간과 공간이란 대체 무엇인지, 인간은 어떻게 이런 것을 실재하는 것으로 인식하는지 등을 상대성이론 등의 성과를 짚으며 설명해 준 책이다.

반면 ‘영원한 어린아이, 인간’은 ‘오락용’에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과학책이다. 동물학자인 저자는 동물과 달리 성숙한 뒤에도 지속되는 인간의 유아적 특징이 인류의 진화를 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과학만 생각해도 머리가 아프다면 ‘완역 옥루몽’에 도전해 보길 권한다. 남영로가 지은 조선시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국문학자 김풍기 교수가 원작의 장대함을 살려 완역했다. 문창성 군이 현세에서 다섯 선녀와 차례대로 인연을 맺어 가는 과정을 그린 옥루몽에는 무협, 애정, 판타지, 정치를 넘나드는 대형 스펙터클이 펼쳐진다.

‘괴벨스, 대중선동의 심리학’은 레닌에 열광하던 혁명적 사회주의자, 독일문학박사였다가 극단적 나치주의자, 광기의 선동자가 된 문제적 인간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 주는 책이다.

역사를 종단하는 깊이를 원한다면 중국을 가장 아프게 비판한 인물로 꼽히는 대만 작가가 비판적인 입심으로 서술한 ‘맨얼굴의 중국사’, 빅토리아 시대부터 현대까지 공적인 역사 대신 사적이고 내밀한 감정의 역사를 그린 ‘사랑의 문화사’를 권한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