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운항 중 우박을 만나 비행기 앞부분인 노즈 레이덤(Nose Radom)이 떨어져 나가고, 조종석의 앞 유리에 금이 가는 사고가 있었다. 전방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조종사는 옆 창문을 통해 시야를 확보하고 여객기를 무사히 착륙시켰다.
항공기에 있어 악(惡)기상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하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항공기는 심지어 맑은 하늘에서도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청천난류라고 불리는 급격한 기류 변화를 만나면 비행기가 갑자기 상승 또는 하강한다. 이런 청천난류는 예측하기 힘들다. 기내에 앉아 있을 때 항상 안전벨트를 매야 하는 이유다.
번개를 동반한 뇌우는 강한 상승기류와 하강기류가 교차하는 무서운 공간이다. 뇌우 속에는 난류와 우박, 비, 눈, 번개, 지속적인 상승·하강 기류, 착빙 등 항공기 운항에 장해가 되는 온갖 나쁜 기상이 망라돼 있다. 이 때문에 뇌우의 표면에서 20마일 이상 둘러가는 것이 원칙이다.
뇌우를 피할 수 없다면 조종사는 몇 가지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뇌우에 들어가기 전에는 안전벨트를 꼭 조이고, 빙결고도 이하로 비행해야 한다. 또 심한 뇌우 속에서 자동비행을 하고 있다면 고도유지 모드와 속도유지 모드를 풀어야 한다. 기류를 타도록 해 기체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번개도 항공기 운항에 위협적인 존재다. 항공기가 번개에 맞으면 심할 경우 항공기 표면에 구멍이 날 수도 있고, 조종사의 순간적인 시력 상실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 나침반을 오작동시키고 무선교신을 방해한다. 2005년 8월 에어프랑스 A340 항공기는 기상 악화로 공항 상공을 몇 차례 선회하다 번개를 맞아 정전이 되었고 결국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기체가 두 동강이 났다. 항공기는 전소됐지만 탑승자는 모두 무사히 탈출했다. 미국공군(USAF)에 따르면 각종 항공재난과 연관된 악기상의 절반 이상이 번개와 관련이 있다. 미국의 상용 항공기는 1년에 1회 이상의 번개를 맞는 것으로 보고됐다.
물론 번개가 기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방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번개를 맞아 생기는 10억 V의 전류는 비행체 표면으로 흘러 날개 끝에서 공중으로 다시 흩어지도록 설계돼 있다. 이른바 ‘패러데이의 새장 효과’다. 이 때문에 항공기가 번개에 맞더라도 항공기 내에 탑승한 사람에게는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최근 항공기 제작에 전기 전도성이 없는 복합 소재가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번개에 의한 피해를 없애기 위해 전기가 흐를 수 있는 전도성 섬유 등을 덧씌운다.
직접적으로 항공기를 훼손하는 것은 우박. 미국의 경우 둘레 44cm, 무게 766g인 초대형 우박이 1970년 7월 6일 캔자스 주 남동부에서 관측되기도 했다. 이같이 큰 우박이나 조류의 충돌에 대비해 여객기 조종실의 창은 5겹 내지 7겹으로 제작돼 있다. 그래야만 충돌이 있더라도 창문이 내외부의 기압 차를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천 년 전부터 하늘을 날기를 소망한 인간들은 여러 종류의 시도를 해 왔고 최근 100년간 과학의 발전으로 항공 분야에서 급속한 발전을 이뤄왔다. 대류권을 벗어나 운항하는 항공기에 대한 연구까지 진행될 정도다.
그러나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도 나쁜 기상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기상레이더가 보편화돼 있어 뇌우, 강수 등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청천난류, 번개 등은 예측할 수 없다. 나쁜 기상을 100% 회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번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 때처럼 조종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송병흠 한국 항공대 교수·항공운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