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해저 지명을 둘러싼 외교전에서 불필요한 손해를 보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21∼23일 독일 브레머하펜에서 열린 국제수로기구(IHO) 산하 해저지명소위원회 회의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한현철(50·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원·사진) 박사가 위원으로 참석했다. IHO 해저지명소위는 해저 지명을 국제적으로 공인하는 역할을 맡은 기구.
올해 4월 독도 주변의 해류 조사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마찰도 한국이 이 위원회를 통해 독도 유역의 일본식 해저 지명을 한국명으로 바꾸려 하자 일본이 대응에 나서면서 빚어진 것이다.
소위원회는 일본인을 비롯해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인이 없어 해저 지명과 관련된 분쟁이 현안으로 등장할 경우 한국에 불리할 것으로 지적돼 왔다. 23일 회의를 마친 한 박사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위원으로 선출된 과정을 설명해 달라.
“4월 독도 주변 해역을 둘러싼 마찰이 있은 뒤 한국해양학회 주도로 해저지명소위의 정위원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해 왔다. 국제해양위원회가 이력서를 접수해 심의한 뒤 자격요건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해저지명소위에 통보한 것이다.”
―일본의 반대는 없었나.
“소위에서는 새 위원 임명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돼야 하는데 일본도 사전에 대처할 준비가 부족했던 듯 적극적인 반대를 하지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이사부 해산’ 등 새로운 동해 관련 지명을 제출했나.
“한국이 제출한 해저 지명은 없었다. 정부 쪽에서도 아무 얘기가 없었다.”
―차후에 한국이 일본식 해저 지명을 한국식으로 대체한 지명을 제출하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나.
“기존의 해저 지명을 중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쪽에 있거나 잘못된 지형 정보에 따라 이름이 붙여졌으면 변경이 가능하지만 독도 인근의 일본식 지명은 이 경우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기존에 제출된 것보다 더 정밀한 지형 정보와 함께 새로운 해저 지명을 제출해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가.
“해저지명소위의 큰 원칙 중 하나가 분쟁 중인 수역의 해저 지명은 심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독도 인근의 해저지명을 제출해도 이 원칙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박사는 “해저지명에 관한 한 감정적 대응보다는 차분히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독도 인근 해역뿐 아니라 전 세계의 해역을 대상으로 한국식 이름을 붙이는 작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크푸르트=유윤종 특파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