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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舊蘇, 간도 北영토에 편입”

입력 | 2006-06-27 03:00:00

1948년 중화민국 국방부 2청이 외교부에 보낸 비밀문서에 첨부된 지도(위). ‘소련, 중공, 북한이 동북지역에 한인 자치구 3곳을 분할해 획정한 협정에 따른 지도’라는 제목과 함께 압록강과 두만강 위쪽에 안둥 지린 간도 등 3개 자치구가 표시돼 있다. 이는 1735년 제작된 당빌지도(아래)에서 조선 영역으로 포함된 간도의 영역과 유사하다. 사진 제공 박선영 교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제가 패망한 뒤 만주·간도 지역을 점령한 옛 소련이 간도를 중국에 넘겨주지 않고 북한 영토로 편입시키려 했음을 보여 주는 중화민국 외교 자료가 공개됐다.

포스텍(포항공대) 박선영(중국사·사진) 교수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948년 7월 10일자 중화민국 외교문서 사본과 지도를 공개했다. 중화민국 국방부 2청이 외교부에 보낸 이 문서는 ‘소련이 장차 지린(吉林) 성의 옌지(延吉)·무단장(牧丹江)·무링(穆陵) 지역을 조선에 편입시키려 한다’는 제목의 보고서. 당시는 중국이 공산화되기 이전이다.

보고서는 “원동(遠東)의 소련 당국이 모스크바 정부의 정책에 근거하여, 우리 동북 9성의 영토를 점차적으로 침략하고 있다”며 “소련 대표는 장차 지린 성의 옌지·무단장·무링 및 그 부근 지구를 북한의 영토로 획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이 지역은 현재 우리 영토 내에 있으나 북한 정규군이 주둔하고 있는 데다 조선인들이 해당 지역의 지방행정을 주관하고 있어 실제 이 지역이 북한에 합병된 것과 같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이 대목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평양협정’을 언급하고 있다. 보고서는 “1948년 2월 소련(蘇), 중공(匪), 북한(韓)이 체결한 ‘평양협정’에 따라 장차 동북지역 일부를 3개 한인자치구로 획정해 주려 한다”며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안둥(安東), 지린, 간도 3개 자치구를 획정한 지도를 함께 제시했다.

지도에서 조선자치구로 획정된 영역은 1735년 프랑스 지도학자 당빌이 제작한 ‘조선왕국전도’, 1882년 일본이 제작한 조선국전도 등에서 조선의 영토로 간주된 간도의 영역과 유사하다.

당시 만주·간도 일대는 소련군이 점령한 상태였고, 중국은 국공내전 중이라 이를 돌려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북한은 공식 정부가 출범하기 전이었다.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같은 공산세력인 소련, 중국 공산당, 북한이 1948년까지만 해도 간도를 한국의 영토 내지 특수관계의 영역으로 인정하는 모종의 협정을 체결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김일성 정권이 그 후 왜, 어떤 경위로 간도를 중국에 양보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과 중국은 1962년 비밀리에 국경협정을 체결했다.

박 교수는 “평양협정의 실재 여부와 내용에 대해선 좀 더 규명이 필요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지도는 2차대전 이후 작성됐음에도 두만강 유역의 동간도는 물론 백두산정계비에선 제외된 압록강 유역의 서간도 지역까지 아울러 한국 영역으로 간주할 근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간도는 청과 조선 사이에 영유권 분쟁을 겪다가 1909년 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일본과 중국이 체결한 간도협정에 따라 중국의 영토가 됐으나 일본이 식민지에서 체결한 조약은 모두 무효화한다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조약 등에 의거해 한국학계에서는 이를 인정치 않고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