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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탄핵정국’ 오늘 최대고비

입력 | 2006-06-27 03:00:00


천수이볜(陳水扁·사진) 총통의 친인척 비리로 불거진 대만 정국의 갈등은 27일 입법원(국회에 해당)의 파면안 처리를 고비로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파면안이 가결되면 천 총통은 대만 헌정 사상 처음으로 의회에서 파면당한 총통이 되지만 국회의 원 구성으로 볼 때 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파면안이 부결되더라도 천 총통의 친인척 비리가 추가로 폭로되고 있는 데다 일부 야당은 퇴진 투쟁을 계속할 방침이어서 정국 갈등이 봉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파면안 처리=대만 헌법은 국가원수인 총통이 뚜렷한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의원들이 판단하면 파면안을 발의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파면은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에서의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된다.

천 총통에 대한 파면안은 12일 국민당과 친민당 등 야당이 제출했다. 파면안은 사실조사를 위한 의회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정부 측은 4일간 예정됐던 청문회에 모두 불참했다.

남은 절차는 의회 표결과 국민투표.

현재 파면에 찬성하는 당은 국민당(88석)과 친민당(23석), 신당(1석)이다. 모두 합해도 112석으로 가결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148석)에 36석 모자란다.

따라서 야당은 무소속 10명과 여당인 민진당, 범여권인 대만단결연맹(대련당) 등에서 26석을 끌어와 파면안을 가결시킨다는 전략이다.

민진당과 대련당은 이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전원 투표에 불참키로 했다. 이탈 표가 절대로 나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여론과 전망=야당이 파면안을 발의하기 직전인 이달 초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48%가 천 총통의 파면을 지지했다.

그러나 파면안 처리를 앞두고 재조사한 결과 2주 만에 찬성은 41%로 줄어들었다. 20일 전국에 생방송된 천 총통의 해명 담화가 여론의 방향을 바꿔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여론이 바뀌자 제1야당인 국민당은 재빨리 거리시위 등 극한투쟁 대신 온건한 쪽으로 투쟁 방식을 바꾸었다. 파면안 부결 때 내기로 했던 내각 불신임안도 포기했다.

반면 제2야당인 친민당은 쑹추위(宋楚瑜) 주석이 파면안 처리를 앞두고 21일부터 4일간 의회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는 등 강경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한편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다 미국으로 도피한 천유하오(陳由豪) 전 둥디(東帝)그룹 회장은 25일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천 총통의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에게 600만 달러를 줬다”고 추가 폭로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比, 또 “아로요 탄핵”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59·사진) 필리핀 대통령이 다시 탄핵 위기에 봉착했다.

AP통신은 필리핀의 전직 각료와 학자 등 반(反)아로요 인사들이 26일 탄핵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26일은 지난해 제출된 탄핵안 시한이 만료된 날로 필리핀 헌법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1년에 한 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400여 명이 서명한 탄핵안은 아로요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2004년 대통령선거 부정 의혹 △부정부패 관여 △정치적 살인 방조 등을 꼽았다.

2001년 ‘제2의 피플파워’에 힘입어 집권한 아로요 대통령은 대선개입 의혹과 남편의 뇌물수수 등 스캔들로 지난해 7월 탄핵 고비를 가까스로 넘긴 바 있다. 올해 초에는 군 장교들이 연루된 쿠데타 음모가 적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아로요 대통령이 이번 탄핵 위기에서도 살아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필리핀 경제가 성장세에 있는 데다 친(親)아로요 세력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핵안이 상원에 회부되려면 전체 하원의원 중 3분의 1 이상이 지지해야 한다.

아로요 대통령의 변호인인 로물로 마카린탈 씨는 최근 대법원이 지난해 탄핵안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새 탄핵안을 받아들이지 말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에 맞서 대통령 반대세력의 변호인 측은 “새 탄핵안을 기각하려는 의원들은 2007년 5월의 의원 선거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신들은 아로요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도 아로요 대통령의 반대파가 대중의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정국이 시끄러운 가운데 아로요 대통령은 25일 바티칸과 이탈리아, 스페인 순방에 나섰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