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사진) 제주지사 당선자는 ‘특별자치도 초대 선장’으로서 첫 단추를 제대로 꿰어야하는 임무를 양 어깨에 걸머졌다. 7월1일 출범하는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의 흥망성쇠를 가늠하는 핵심 키. 외교 국방 등 국가 존립에 필요한 사무를 제외하고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특별자치를 꽃 피우는 프로그램의 하나가 국제자유도시 추진이다. 싱가포르, 홍콩에 버금가는 국제자유도시로 도약시킬 수 있을지 김 당선자의 능력이 검증대에 오른다. 그는 ‘특별자치도의 순항을 위해 올인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변혁의 시기에 자신이 쌓아온 경륜과 능력을 모두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그의 결연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투자유치, 균형발전, 주민화합, 규제완화 등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특별자치도가 경제자유구역과 비교할 때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투자유치에 성공하려면 인센티브 못지않게 행정서비스가 중요하다.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정부에서 1단계로 넘겨받은 사무가 1062건에 이른다. 외국 교육기관과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개방의 자율권을 쥔 자체가 큰 수확이다. 외부자본 유입으로 연결해 지역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
―투자환경이 나아지나.
“외자유치를 위해 투자진흥지구 대상사업에 교육, 의료, 첨단산업을 추가했다. 지방세가 15년 동안 100% 감면된다. 사실상 세금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투자자의 골칫거리인 부지확보를 위해 토지비축제도를 도입한다. 실현가능성이 높은 외자투자가 7건, 2조원 규모에 이른다. 앞으로 도 전역면세지역, 법인세율 15%로 인하, 항공자유지역 지정을 추진해 투자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
―도민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나.
“큰 틀에서 생각하자. 기업을 유치하고 투자를 많이 하면 일자리가 생기고 소득이 올라간다.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 세금을 낮추겠다. 대중교통의 단일광역화, 상수도 광역화로 생활편의가 나아진다.”
―IT, BT 및 의료관광리조트가 제주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나.
“제주지역 무선인터넷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보통신부 주도의 텔레매틱스 시범사업 등 신기술 테스트 베드로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7800여 종의 동식물 자원은 무한한 잠재력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의료와 휴양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메디켈리조트는 이미 시작됐다.”
―국제자유도시 조성에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다른 시도와 차별되는 ‘영어타운 독자 모델’을 마련하겠다. 외국대학 분교를 유치해 영어 상용 분위기를 조성하고 분교 지역을 중심으로 영어공용 타운을 만들겠다. 조지워싱턴대, 모스크바대 유치를 협의하고 있다.”
―회의산업, 스포츠산업을 비롯한 관광활성화 방안은….
“국내외 회의를 유치할 경우 현금을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국내외 직항노선을 확대하고 영화제작지원, 의료관광 상품화를 통해 제주관광의 트렌드를 고급화하겠다. 고부가가치 회의산업과 레저 스포츠산업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겠다. 관광객 수요창출을 위한 제2공항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일자리 2만개 창출 공약은 가능한가.
“올해 100인 이상 사업장의 신규고용을 비롯해 인턴사업, 공공근로 사업으로 5000개 일자리를 만들겠다. 22개 관광개발사업과 국제자유도시 선도프로젝트 사업, 골프장 건설, 헬스케어 시티 조성에서 다양한 인력을 필요로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제주 감귤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오렌지 수입관세가 철폐됐을 때 연간 20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협상 대상품목에서 제외하도록 줄기차게 요구했다. 시장경쟁력을 위해 감귤 다양화와 품질 향상으로 차별화 하겠다. 녹차, 오미자, 골드 키위 등 대체 작물 발굴을 병행하겠다.”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과 오름 등 자연환경 보전방향이 있나.
“용암동굴 지대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신청됐지만 사실 제주도 전체가 자연유산이나 다름없다. 지리정보시스템 재정비, 곶자왈의 등급 조정, 환경총량제 도입으로 보전과 개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
―제주도 자체의 지역균형 발전 방안은….
“서귀포시에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100억 원 규모의 균형발전기금을 조성해 소외 지역에 쓰겠다. 이미 지정된 혁신도시 외에 서귀포 동부지역 30만 평에 제2의 혁신도시를 건설해 교육훈련센터로 키우겠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9급 공무원서 도지사까지…성실함으로 일군 성공신화
김태환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지 4시간이 지난 6월1일 오전 5시30분경 그의 발걸음은 제주시 동문시장을 향했다.
김 당선자의 부지런함과 서민 친화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보였다.
그는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오전 5∼6시경 집을 나서 골목골목을 누볐다. 인지도를 높이고 현장 목소리를 듣고, 건강을 챙기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학창시절 전북 전주 숙부의 집에서 살았다. 그는 “말이 좋아 유학이지, 어머니와 고향을 떠나 객지생활에서 오는 고독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주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두 차례 사법시험에 낙방했다. 1964년 9급 공무원으로 공직사회에 발을 디뎠다.
1970년부터 12년 동안의 내무부(현 행정자치부) 근무는 행정실무와 이론을 갖추고 인맥을 쌓는 계기가 됐다.
1982년 제주도 기획담당관으로 부임한 이후 제주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민선 제주시장을 거쳐 2004년 제주지사 재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입지전적 인물’, ‘자수성가의 전형’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결단이 필요한 순간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모습이 단점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소속 정당을 자주 바꿔 선거운동기간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난에 시달렸다.
지사 재직시절 세계평화의 섬 선포, 제주항공 출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제정을 공적으로 꼽는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