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성공한 허남식(57·사진) 부산시장은 다음달 1일 시작되는 민선 4기를 앞두고 새로운 지역발전 방안을 구상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허 시장은 7월 3일 시청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조촐하게 치른 뒤 국회와 중앙정부 예산부처를 방문해 부산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국비 지원사업의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그는 “4년 동안 지역경제 활성화와 시민복지에 무게를 두고 시정을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선 4기 부산시정의 운영 방향은….
“지역경제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지역경제 회생과 활성화에 힘을 쏟겠다는 것입니다. 서민 복지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입니다. 일자리 창출과 국내외 기업의 투자 유치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약인 ‘세계도시 부산’을 위한 발전 전략을 어떻게 실현할 생각이십니까.
“부산 발전의 큰 축은 원(原)도심 재창조와 낙동강 프로젝트, 동(東)부산권 관광 및 영상산업 거점도시 조성 등 세 가지입니다. 한때 부산의 도심이었던 중구, 동구, 서구, 영도구를 새롭게 꾸미고, 강서 지역과 신항만, 을숙도와 연계한 낙동강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기장 지역과 해운대 센텀시티를 연결한 관광 및 영화·영상산업을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기업인이 공장용지가 없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공장입지가 없어 공장이 인근 김해, 양산으로 이전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사과학산업단지나 정관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를 포함해 400여만 평의 산업단지를 조성하려고 합니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소규모의 단지를 조성해 새 기업을 유치해 나가겠습니다.”
―관광객이 부산에 오면 보고 즐길 거리가 없다고 합니다.
“관광, 영상, 컨벤션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정해 육성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부산은 항상 바다를 활용할 수 있는 관광자원 및 시설이 중요합니다. 현재 민간에서 추진 중이지만 제2롯데월드가 부산의 큰 관광자원이 될 수 있지요.”
―도시계획을 추진하다 보면 환경 문제와 상충되는 부분이 많은데….
“개발은 하되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적인 개발이 중요합니다. 해운대 수영만 매립지에 대한 건축 부분은 아쉬움이 많습니다. 일부 남은 부지에 대한 고층화는 실익이 없다고 봅니다. 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남은 부지는 가능한 그 지역의 기능에 맞게 개발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해 시민 불만이 많은데….
“지하철 건설 및 운영에 대한 재정적인 압박이 워낙 커 요금 조정이 불가피했습니다. 1구간은 900 원에서 1100 원으로, 2구간은 1000 원에서 1300 원으로 조정했습니다. 경영개선에 주력하면서 시민의 편의 확충에 더 노력하겠습니다. 지하철 1호선 다대선 연장 외 더 이상 추가적인 건설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시 산하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가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지적이 있는데….
“시 산하 공기업은 설립 목적과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장과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공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는 가지 않겠습니다.”
―시 조직 개편이나 인사 방침은….
“연초에 조직 개편을 했기 때문에 큰 요인은 없습니다.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다고 해서 대대적인 인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정무부시장은 정무적인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 단체장의 대수도론에 대한 견해는….
“대수도론에 대해 공식적인 성명을 냈고, 반대합니다. 23일 울산시장, 경남도지사를 부산시청으로 초청해 반대 입장을 이야기 했습니다.”
―지방재정 확충과 관련해 참여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실질적으로 지방분권이 이뤄진 것은 없습니다. 지방분권 가운데 지방재정 확충이 제일 큰 문제입니다. 지방재정을 확충하지 않고 모든 일을 지방정부가 하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따지면 대략 8대 2 정도인데 지방세를 더 늘려야 합니다.”
―보궐선거 후 2년 동안 부산시정을 이끌면서 아쉬웠거나 부족했던 점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지방분권과 관련해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시도지사가 더 노력해 중앙정부에 좀 더 강하게 지방분권에 대해 요구했어야 했습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행정관료 출신… 무리수 잘 안둬
재선 자신감 바탕 ‘과감’해질듯
허남식 부산시장은 정통 행정관료 출신답게 무리수를 두지 않는 편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세심, 안정형’이다.
이 때문인지 2004년 보궐선거 후 시정을 운영하는 동안 “추진력이 부족하다. 카리스마가 없다”는 비판이 지역 정가나 공무원 사회에 적지 않았다.
그러나 5·31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자 ‘힘’이 생겼다는 게 당선 후 그를 만나본 사람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말투가 바뀌고 자신감에 차 있다.
그는 “인사를 위한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하는 등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그가 과감하게 업무를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허 시장은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민선시장으로서 일부분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도운 사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챙길 사람은 챙기겠다는 뜻이다.
그의 좌우명은 호시우행(虎視牛行·호랑이처럼 날카롭게 보면서 행동은 소처럼 신중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온화한 성품과 겸손함이 허 시장의 최대 장점”이라고 말한다.
■KTX부산역 지하화될까…정부 반대속 허 시장은 의욕
부산 신항이 개장된 이후 기존 부산항(북항) 재개발 문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항은 연안부두를 포함해 1∼4부두까지 부산항 일반부두로 43만여 평 규모다.
허남식 시장은 “북항 주변의 광역개발로 국제적 도시공간 조성이 필요하다”며 “KTX 부산역 구간을 지하화 한 뒤 기존 도심과 북항을 통합 개발해 도심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25일부터 27일까지 일본의 항만개발 우수 사례를 시찰하는 등 이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항만 관리 주체인 정부는 사업비와 공기를 이유로 KTX 부산역 구간 지하화에 반대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KTX의 공기가 10년간 지연되고, 사업비 3조 2000억원이 추가로 들어 곤란하다는 입장.
부산의 시민단체는 “북항 재개발은 기존 도심과 연계되어야 한다”면서 “정부는 부산역∼부산진역 사이를 지하화 하든지, 데크(인공지반)를 통한 지상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시장은 “정부가 항만을 관리하기 때문에 지방정부로선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제대로 된 재개발이 될 수 있도록 일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는 2007년 경 이 사업의 실시설계를 마친 뒤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