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臨淵羨魚(임연선어)’라는 말이 있다. ‘臨’은 ‘임하다, 내려다보다, 낮은 데로 향하여 대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臨戰(임전)’은 ‘전투에 임하다’라는 말이고, ‘臨戰無退(임전무퇴)’는 ‘전투에 임하여 물러남이 없다’라는 말이다. ‘淵’은 ‘연못’이라는 뜻이다. ‘池(지)’도 연못이라는 뜻이지만 이는 길게 늘어진 연못이고, ‘淵’은 비교적 둥글게 생긴 연못을 가리킨다. ‘羨’은 ‘부러워하다, 탐내다, 그리워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바라보다’라는 뜻으로 사용된 ‘望(망)’과 함께 쓰인 ‘羨望’은 ‘부럽게 바라보다’라는 말이 된다. ‘魚’는 ‘물고기’라는 뜻이다.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같은 짐승의 고기는 ‘肉(육)’이라고 한다. ‘漁(어)’는 ‘수(물 수)’와 ‘魚’가 합쳐진 한자이므로 ‘물에 있는 고기’를 나타낸다. 물에 있는 고기는 잡게 된다. 따라서 ‘漁’에는 ‘고기를 잡다’라는 뜻이 있게 되고, 여기에서 출발하여 ‘물고기를 잡는 일’, 혹은 ‘고기를 잡는 일을 하는 사람, 즉 어부’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漁業(어업)’은 ‘고기를 잡는 업종’이라는 뜻이다. 이상과 같은 의미를 합치면 ‘臨淵羨魚’는 ‘연못에 임하여 고기를 부러워하다’라는 말이 된다. 이 말은 ‘연못가에서 고기 잡기를 원하고 있다’라는 말이다.
연못가에 서서 멍청하게 고기 잡기를 원하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정녕 고기를 잡고 싶다면 빨리 돌아가서 낚시를 만들든지 아니면 그물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실망에 빠지게 될 때 우리는 실망을 즐기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타인의 위로를 기다리는 습성이 있다. 이는 누구에게나 있는 공통적 심성이다. 그러나 미래를 대비하는 사람은 실망의 시간을 줄이고 재빨리 마음을 추스른다. 그리고 다음 일에 대비한다. 현명하고 부지런한 사람은 실패를 안 하는 사람이 아니고, 실패를 할지라도 곧바로 다음 일을 준비하는 사람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