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서니 사람보다 큰, 거대한 초록색 사과가 숨 쉬는 소리를 내며 앞을 가로막는다. 그 옆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데 문짝에 붙은 ‘문이 열려도 밖으로 내리지 말고 안에서 작품을 구경하라’는 특별한 공지사항이 눈에 들어온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바로 앞에 투명한 유리벽이 가로막는다. 그 너머로 반짝이는 홀로그램 드로잉이 얼핏 보인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이번엔 소금으로 만든 설치작품이 바닥에 깔려 있다. 더는 앞으로 나갈 수가 없어 다시 1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 이야기하는 벽과 문… 갤러리 잔다리 ‘벽…’전▼
7월 30일까지 열리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갤러리 잔다리의 ‘벽-그 너머의 이야기’전은 이리저리 눈앞을 가로막는 벽과 문을 넘어서야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다. 관람객들은 마치 퍼즐을 하나씩 풀어가듯 미로의 공간처럼 꾸며진 전시공간을 헤매면서 작품을 찾아낼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벽과 문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이 전시회의 참여 작가 9명은 모두 여성이다. 유진영의 시무룩한 표정의 인형, 심소라의 투명 벽화와 유리벽 작품, 김현지의 홀로그램 드로잉, 김민정의 숨쉬는 문 영상작업을 비롯해 마른 나뭇잎을 활용한 김미형, 소금작업의 김시연, 초록사과의 박성연, 신비한 거울+영상작업을 선보인 최원정, 전등을 소재로 한 전가영의 작품들은 전시장과 계단, 통로, 엘리베이터에 이르는 모든 공간에 숨겨져 있다. 송희정 큐레이터는 “일상의 벽이나 공간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벽으로, 벽 안으로, 벽 너머에 놓여 있는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 자체가 상상과 판타지의 세계로 가는 유희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02-323-4155
▼ 꽃으로 핀 실과 바늘… 충무갤러리 ‘스티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