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시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제8회 전국수련회에서 목회자들이 26일 밤 참회와 고백의 시간을 보낸 뒤 27일 오전 ‘우리가 꿈꾸는 교회’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안성=윤정국 문화전문기자
《“일제강점기에 신사 참배한 일과 독재정권 시절에 권력층과 야합해 정의를 뒤엎기도 한 죄악에 대해 마음을 찢으며 참회합니다.”
“신학적 윤리적 갈등과 교권 다툼으로 분열을 일삼고 형제를 정죄한 죄를 고백합니다.”
“총회와 노회의 선거에서 금권 타락 선거와 비리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참담한 상황을 만든 죄악을 회개합니다.”
“공의와 사랑을 실천해야 할 교회가 세상과 타협하며 병들어 가고 있음에도 침묵한 잘못을 회개합니다.”》
26일 경기 안성시 양성면 덕봉리 사랑의교회 수양관. 개신교 15개 교단 목회자 8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회장 옥한흠 사랑의 교회 원로목사) 제8회 전국수련회가 열렸다. 오후 8시 반 ‘참회와 결단의 밤’ 순서가 시작되자 각 교단을 대표하는 목사 15명이 강단에 나가 십자가 앞에서 ‘참회 고백문’을 읽었다. 이 고백문은 목사들이 2007년 평양 대부흥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6개월 동안 회개해야 할 과제들을 앞에 놓고 기도하며 숙의한 내용이다. 1903년 원산 대부흥과 1907년 평양 대부흥이 철저한 죄의 고백을 통해 개인과 교회, 나아가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가져 왔다는 인식하에 목사들이 참회의 고백을 하게 된 것이다.
목사들은 “교회가 시대를 위한 대안공동체가 되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향해 아무런 기대도 갖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교회 지도자들이 신뢰감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지도자들의 철저한 회개운동 없이는 결코 성령께서 역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통계청 조사 결과 다른 종교의 교세 증가와 달리 개신교만 1.6% 감소를 보인 교세 위축 때문인지 참가자들은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울부짖으며 죄책을 고백했다.
이에 앞서 ‘한국 교회, 오늘의 극복 과제와 새 지평’을 주제로 열린 정책포럼 순서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박종순 목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회장 박경조 주교를 함께 초청해 정책토론을 벌였다. 여기서는 개신교계의 보수-진보를 대변하는 양 기구의 통합 문제가 집중 부각됐다.
한기총 박종순 회장은 “양 기구 대표들과 24개 교단장들이 2007년까지 통합하는 것을 전제로 로드맵까지 만들었지만 교회연합기구 간의 통합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무리하게 통합하기보다는 우선 ‘한지붕 아래 두 가족’으로라도 합친 뒤 각자 하던 일을 계속하고 역할을 분담한 뒤 2, 3단계에 걸쳐 완전 통합으로 나아가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KNCC 박경조 회장은 “최근 사학법 개정 문제나 대북 문제 등 현실 인식과 실천에서 양측의 생각이 너무 달라 KNCC 내에서 기구 통합에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문에 나선 고신대 신학대학원 이성구 교수가 “KNCC가 겉으로는 에큐메니컬(교회 일치)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통합에 부정적이고 뒷걸음질치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이에 박경조 회장은 “민주화운동을 해 온 KNCC 사람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고 답했다.
둘째 날인 27일 오전 참가자들은 ‘한국 교회의 새로운 지평을 위한 선언문’을 채택해 “세상의 지배 가치와 이념의 포로가 되지 않고 성령의 능력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를 세워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안성=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