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남편을 다룰 땐?
‘희귀 야생 동물을 길들이듯 하라….’
25일자 뉴욕타임스의 제안이다. 기사의 제목은 ‘(돌고래) 샤무가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해 가르쳐 준 것’. 동물 조련 전문가인 에이미 서덜랜드 씨가 뉴욕타임스에 쓴 이 글은 이날 이 신문 인터넷 사이트 최고 히트 기사이기도 했다.
“내 열쇠 봤어?” 깊은 한숨을 지으며 아내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남편. 그러나 설거지에 여념이 없는 아내는 못 들은 척 묵묵히 하던 일을 계속할 뿐이다.
아내는 지금 돌고래 조련법(LRS)을 남편에게 적용하고 있다.
돌고래가 돌발 행동을 하거나 지시에 따르지 않을 때 조련사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방법이다. 서덜랜드 씨는 기사에서 “동물 조련에 관한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이 방법을 남편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고 회고했다. 결과는 대성공. 침묵이 결국 돌고래를 제풀에 지치게 만들 듯 남편 역시 제풀에 지쳐 스스로 물건을 찾더라는 것.
물론 잘하는 일에 대해서는 분명한 포상도 한다.
빨래 바구니에 신던 양말이나 세탁해야 할 옷을 제대로 주워 담을 경우 키스나 칭찬의 말로 보답해 주되 그 반대일 때는 싸늘한 표정으로 묵묵히 빨랫감을 밟고 지나간다. 이건 개코원숭이(통칭 비비)를 수련하는 방법이다.
문제가 되는 행동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는 야생동물 조련 방법도 동원했다.
남편이 부엌에서 일하는 아내에게 각종 질문과 요구를 쏟아 낼 조짐을 보일 때 쓰는 방법이다. 그럴 때면 남편에게 파슬리 등을 다듬게 하거나 먹을 것을 주고 부엌 반대편으로 ‘내몰아’ 그의 집중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결혼 생활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조련’이 일방적일 수는 없었다.
어느 날 치아 교정을 받고 난 터라 신경이 날카로워진 아내가 연방 불평을 늘어놓자 남편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침묵만 지켰다.
“지금 나를 수련하는 거죠?”(아내)
남편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