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태평양 전쟁 시절 군위안부를 동원한 전쟁범죄 책임을 인정하라. 후대에도 이런 내용을 교육하라.’
이런 내용이 담긴 ‘결의안 759’가 미국 하원에 제출된 것은 올해 3월이었다. 그러나 결의안은 3개월 이상 한번도 제대로 논의된 일 없이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워싱턴 한인연합회, 워싱턴 정신대문제 대책위원회가 26일 버지니아 주 애난데일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것도 그런 상황 때문이다. 김영근 연합회 회장은 일본의 로비를 처리 지연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현재까지 결의안에 서명한 하원의원 수는 단 38명. 전체 하원의원 435명의 10%에도 못 미친다. 군위안부 문제는 ‘20세기 최대의 조직적 인신매매 만행’으로 기록될 사건이다. 그럼에도 자유와 인권의 확산을 외교철학으로 내세우는 공화당마저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현실의 벽은 중층적이다. 첫째, 여야 구분 없이 의원들이 요지부동이다. 70년 전 벌어진 ‘남의 역사’에 굳이 개입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둘째,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전략적 이익도 넘어야 할 장벽이다. 중국의 위협적 부상(浮上)을 막아 낼 동맹세력으로서 일본의 전략적 가치를 뒤엎을 만한 게 없다고 부시 행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도 독도 문제가 불거진 올해 4월 톰 시퍼 주일 미국대사-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외무차관 채널을 가동해 ‘한일 역사 문제의 물밑조율’을 시도하기는 했다. 그러나 당시 마이클 그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은 “동맹끼리 도덕적 문제를 앞세울 수 없다. 미일 관계는 오늘과 내일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