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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디지털로 달려간다… 2011년 아날로그방송 중단

입력 | 2006-06-28 03:08:00


《디지털 방송, 무료로 10개 채널 볼까, 유료로 150개 채널 볼까. 정부가 2011년 아날로그 방송 중단을 계획해 ‘광활한 신천지’처럼 열린 디지털 방송 시장을 두고 매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월드컵 기간 다채널 디지털 방송인 멀티모드서비스(MMS) 시험 방송을 한 것을 계기로 ‘무료 디지털 TV 활성화’를 선언했다. 케이블TV는 이에 맞서 2010년까지 아날로그 방송을 끝내고 모든 가입자들에게 디지털 방송만 하겠다는 초강수를 빼어 들었다.》

아날로그 방송 시장에서는 지상파가 사업 주도권을 쥐고 케이블TV가 지상파의 난시청을 해소해 주는 보완 관계로 ‘공생’해 왔지만 디지털 방송시대로 넘어가며 경쟁 매체로 팽팽히 맞서게 된 것. 여기에 광대역 망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프로토콜(IP) TV까지 가세해 디지털 방송 시장을 장악하려는 3파전은 달아오르고 있다.

▽무료 10개 채널 vs 유료 150개 채널=케이블TV방송국협의회(SO협의회)는 최근 모든 가입자에게 2010년까지 디지털 셋톱박스를 공급하고 모든 채널을 고화질(HD)로만 방송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케이블TV 가입가구는 142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78.8%가 케이블을 통해 TV를 보고 있다. SO협의회는 디지털 전환이 끝나는 2010년에는 가입가구가 1620만 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때까지 아날로그 TV를 보는 가입자(480만 가구로 예상)에게는 무료로 7만 원가량의 보급형 디지털 셋톱박스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케이블TV를 통해 방송되는 채널은 유료방송(PPV·Pay Per View)을 포함해 모두 150개. 이를 보려면 25만∼35만 원으로 예상되는 셋톱박스를 구입해야 한다. 월 시청료는 1만8000∼2만5000원.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 계획에 MMS로 맞서고 있다. KBS, MBC, SBS, EBS가 이번 월드컵 기간에 선보이고 있는 MMS는 한 개 주파수 대역에서 HD 비디오 채널 외에 표준 화질(SD) 비디오와 오디오, 데이터방송 채널을 추가로 제공하는 것. 디지털 압축 기술의 발달로 HD 전용 5개 비디오 채널에서 5개의 SD 채널을 추가로 방송할 수 있게 됐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쟁력은 ‘무료’ 서비스라는 점이다. 채널 수는 적지만 지상파가 제작한 콘텐츠를 내보낼 경우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TV의 도움 없이 난시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의 공시청망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준비 중인 IP TV 서비스는 이론적으로 999개 채널까지 가능하다. 셋톱박스 가격은 15만 원, 월 이용료는 1만5000원 선. 사업자들은 2010년 전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1400만 명 가운데 324만 명(약 23%)가량이 IP TV 서비스에 가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채널은 많고 콘텐츠는 없고=그러나 사업자들이 예상하듯 디지털 방송 시장이 순조롭게 커질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2011년 아날로그 방송 중단 계획에도 불구하고 2006년 현재 디지털 TV 보급률은 17.8%. 이 추세대로라면 2010년에도 보급률은 54% 선에 그칠 전망이다.

디지털 TV 보급이 더딘 이유는 아날로그 TV와 차별화되는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미라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겸임교수는 HD TV 이용자들을 연구한 논문에서 “HD TV의 특성을 살린 핵심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 한 디지털 TV 확산은 더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1954년 컬러 TV가 등장했으나 컬러로 제작된 프로그램 공급이 늦어져 컬러 TV가 확산되는 데 30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MMS 본방송을 하려면 남는 주파수를 어떻게 활용할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방송법을 개정해야 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매체 균형발전을 고려할 때 가뜩이나 영향력이 비대한 지상파 방송사들이 추가로 생겨난 5개 채널에 대해서까지 기득권을 주장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 정부의 디지털 방송 정책 표류도 걸림돌이다. IP TV 서비스를 방송으로 규정할 것이냐, 통신으로 볼 것이냐를 놓고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대립하고 있으며, 디지털방송 정책을 논의할 방송통신융합 추진위원회 구성도 늦어지고 있다.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장은 “지상파, 케이블, IP TV 세 개 산업 군을 개별적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며 “시청자들의 선택권 보장을 목표로 전체 디지털방송 시장의 밑그림을 그릴 통합된 정책 기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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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