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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하태원]‘北 미사일 안 쏠것’ 믿는 게 대책인가

입력 | 2006-06-28 03:08:00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26일 ‘청와대 브리핑’에 기고한 글에서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비극은 객관적 사실 때문에 초래된 것이 아니라 감성의 오류에서 비롯되었음을 우리는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선원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도 같은 곳에 올린 글에서 “객관적 사실관계 확립이 항상 상황 판단과 대응책 수립의 기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논지는 ‘당장 우리의 머리 위에 미사일이 떨어질 것처럼 위기를 조장한’ 국내와 미국, 일본 언론의 행태가 개탄스럽다는 것이었다.

박 비서관은 “22일을 기점으로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핵심 인사들조차 상황을 냉정하게 관리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날 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미사일 발사대 주변의) 연료통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연료주입이 이루어져 쏠 준비가 됐다고 본 것이고, 우리는 그렇게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우리 판단에 신빙성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무게를 뒀고, 그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지 않느냐는 ‘자랑’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정보 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한국 정부에 통보해 준 지 겨우 열흘 정도가 지났을 뿐이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미사일 발사 징후를 통보받을 정도로 자체 정보력이 떨어지는 처지에 너무 속단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연료 주입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근거인 위성사진 또한 미국에서 받은 것이 아닌가.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도 2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우리 자체 정보력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는데 오만하게 비칠 정도로 불필요한 분석과 발언을 내놓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한 당국자는 “안보문제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응하는 것이 기본인데도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이한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부의 미사일 대응이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가 반영된 ‘감성의 오류’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하태원 정치부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