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안대희 후보자(왼쪽)와 이홍훈 후보자가 청문회에 앞서 후보자선서를 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국회 대법관인사청문특위는 27일 이틀째 청문회를 열어 안대희, 이홍훈 후보자를 상대로 자질과 성향을 검증했다.
이날 청문위원들의 질의는 이번 대법관 후보자 5명 중 유일하게 검찰 출신인 안 후보자에게 집중됐다. 안 후보자가 법관 출신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소신 있는 답변을 하면서 청문회는 전날에 비해 긴장감 있게 진행됐다.
▽안대희 후보자=안 후보자는 사법개혁안의 하나인 국민참여재판제에 대해 “(배심, 참심제를 하면) 감정적인 판단으로 억울한 피고인이 생길 수 있고 가진 자에게 유리한 재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신청(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항고하는 것) 대상을 확대하는 것도 반대했다.
안 후보자에게는 과거 검찰 수사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고, 그때마다 안 후보자는 검찰을 옹호했다. 민주당 이상열 의원이 박주선 전 의원에 대한 무죄판결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한 일부 무죄 판결을 들이대며 “무리한 기소 아니었느냐”고 따지자 안 후보자는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했고 결론에는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맞섰다.
그러자 “검사의 시각으로 판결하면 재판받는 사람들이 불안하지 않겠느냐”는 추가 질의가 이어졌고 안 후보자는 “혼자가 아닌 합의체 판결로 융화된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때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자살한 것에 대해선 “강압수사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구속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구속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는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사회에서 누구 하나 구속된다고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받아쳤다.
대선자금 수사결과 발표 때 노무현 대통령의 불법자금 의혹이 남아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던 발언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한 기억이 없다”고 잘랐다. 유야무야된 400억 원대 삼성 채권 수사는 “관계자가 해외로 나가 버려 수사가 불가능했다”고 했다.
지난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안 후보자는 “권한이 명시돼 있다고 그것을 행사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며 천 장관의 지휘권 행사를 정면 비판했다.
▽이홍훈 후보자=이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에 대해 “남용과 인권침해 피해가 많았으므로 적절하게 수정,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형제와 간통죄에는 폐지 의견, 반인권범죄의 공소시효 연장에 대해서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시효 연장’ 의견을 내놨다.
SK와 소버린 간 경영권 분쟁 당시 SK 측 손을 들어 준 자사주 매각 관련 가처분결정에 대해선 “가처분 법리상 소버린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아들 병역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장남이 방위병으로 군 복무한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아들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고등학교 진학이 어려웠고 결국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