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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노래는 조·용·필… 팬클럽 ‘미지 밴드’ 내달 공연

입력 | 2006-06-28 03:08:00

“조용필이 좋아서 밴드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밴드 활동 자체가 살아가는 기쁨입니다.” 27일 서울 홍익대 앞 연습실에서 만난 조용필 팬클럽 밴드인 ‘미지 밴드’ 멤버들. 김미옥 기자


27일 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밴드 연습실. 퇴근하자마자 달려온 ‘넥타이 부대’ 차지협(30·세무사) 씨가 키보드 앞에 앉았다. 그 옆에서 “아, 오늘 윤리적으로 한번 쳐 볼까”라며 드럼을 맡은 고교 윤리 교사 이용준(28) 씨가 드럼 스틱을 툭툭 쳤다. 보컬을 맡은 이보형(33·은행원) 씨가 마이크를 잡자 모두들 “아무리 봐도 조용필 씨하고 똑같이 생겼다니까”라며 웃는다. “아유, 죄송해요. 인천에서 오느라…”라며 박종순(34·자금관리사) 씨가 들어섰다. 박 씨는 이 밴드의 매니저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직장인 밴드지만 이들의 대화 주제는 하나부터 열까지 가수 조용필이다. 이들은 조용필의 팬클럽 ‘미지의 세계’ 회원들이 결성한 7인조 ‘미지 밴드’. 7월 1일 오후 5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조용필 헌정 공연을 하기 위해 연습 중이다. 미지 밴드의 역사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팬클럽 미지의 세계를 만든 박상준(36·뉴질랜드 교포) 씨가 “우리도 밴드 한번 해볼까”라고 제안했고, 뜻을 함께한 팬클럽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그룹을 조직한 것. 2004년 7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음식점에서 첫 공연을 한 이후 홍익대 앞 클럽 등에서 6번의 크고 작은 공연을 했다. 26세 영양사부터 42세 라디오 DJ까지 연령도 직업도 다양하다.

“다 직장인이라 평일에는 거의 시간을 못 내서 매주 일요일에 7∼8시간 몰아서 연습해요. 처음엔 아내 눈치 보느라 거의 못 나왔어요. 보컬 오디션 때도 친구네 돌잔치 간다고 거짓말하고 와서 봤죠.”(이보형 씨)


“기독교 집안이라 주말에 교회 안 나가고 연습하러 합주실 들락날락거려서 처음엔 부모님이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가끔은 ‘조용필이 밥은 한 끼 사주긴 하느냐’라며 걱정도 하시죠.”(배정주 씨·26·영양사·키보드)

이들의 콘서트에는 팬클럽 회원들도 크게 부조를 한다. 이번 공연에도 악기 대여를 비롯해 자금이 모자랄까봐 회원들이 돈을 모아 줬다. 이들의 꿈은 무엇일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과 한무대에 서는 것”이라고 외쳤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