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여권의 위기 원인과 대처 방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이종승 기자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대통령은 역사에 업적을 남기겠다고 하고, 당은 대선과 총선을 고민할 수밖에 없어 서로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며 “비극은 여기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26일 저녁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본보와 인터뷰하면서 “당정분리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지만 대통령은 ‘당에 개입하지 않으니 당도 정책의 마지막 가치판단에는 손대지 말라’는 데까지 갔다”며 민심 이반의 원인으로 당-청의 구조적인 불일치를 꼽았다.
김 의장은 “이 때문에 다시 불행해질 수 있는데 어떻게 막아야 할지 걱정”이라며 “선거에서는 대통령과 당이 함께 심판을 받는데 대통령이 ‘당정분리 때문에 나는 당과 관련이 없다’고 한다면 책임정치가 실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김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2007년 대통령 선거와 2008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과 호흡을 맞춰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어서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주목된다.
김 의장은 노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 “단임제 대통령이 임기 말에 탈당하고 정국 불안정을 책임지지 않는다면 책임정치의 요체인 정당정치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다음 대선에서 우리당과 노 대통령이 함께 심판받아야 하며 노 대통령이 성공해야 우리당에도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당-청 간 문제를 “제도적 헌법적 한계”라고 지적하면서 “대선과 총선 시기가 20년 만에 맞물리는 내년에 대통령 중임제 도입, 총선과 대선 주기 일치 등 두 가지나마 고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2월 전당대회 경선 때 고건 전 국무총리와의 연대 및 기득권 포기를 제안한 것에 대해선 “지방선거 패배를 막기 위해 협력하자는 것이었고 고 전 총리가 이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제안은 그때로 제한된다”고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김 의장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정권 초기에 위세를 갖고 밀어붙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해 사실상 임기 후반에 접어든 현 정부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원인에 대해 “과거 경제부처 고위 관료들이 정책결정의 의사통로에 포진하고 있는데, 독재시대 때 개발독재에 충실했다가 시장주의로 철학과 원칙을 바꾸면서도 고민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