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뚱보라 했는가 몸이 불어 움직임은 둔해졌어도 현란한 발재간은 변함이 없었다. 브라질의 호나우두(오른쪽)가 전반 5분 가나 골키퍼마저 제친 뒤 선제골을 넣고 있다. 넘어져 있는 선수는 가나 수비수 존 판칠. 호나우두는 이 골로 게르트 뮐러(독일)를 넘어 월드컵 본선 개인 통산 득점 신기록(15골)을 세웠다. 도르트문트=연합뉴스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거세게 몰아치는 ‘검은 돌풍’도 ‘삼바 축구’의 현란한 리듬을 잠재우진 못했다.
브라질은 28일 0시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 16강전에서 가나를 3-0으로 누르고 8강에 올랐다.
브라질의 첫 골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터졌다. 카카의 패스를 받은 호나우두가 헛다리짚기로 골키퍼까지 제친 뒤 가볍게 골을 성공시킨 것. 호나우두는 이 골로 월드컵 본선에서 15번째 골을 기록하며 게르트 뮐러(독일)가 갖고 있던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득점(14골)을 뛰어 넘었다.
전열을 채 가다듬기도 전에 첫 골을 내준 가나는 파상 공세에 나섰다. 전반 초반 40%대에 그쳤던 볼 점유율이 전반을 마칠 때는 57%가 될 정도로 가나의 공세는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전반 42분 존 멘사의 결정적인 헤딩슛이 브라질 골키퍼 지다의 발에 맞는 등 운이 따라 주지 않았다. 가나는 거칠게 밀어붙이다 잠시 방심한 사이 브라질의 아드리아누에게 추가골(전반 46분)마저 내 줬고 브라질 문전을 위협하던 아사모아 기안이 퇴장당한 뒤 후반 39분에는 제 호베르투에게 다시 3번째 골을 허용했다.
슈팅 수에서 18-11로 앞서는 등 기록상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스코어에서 완패한 가나로서는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플레이메이커 마이클 에시엔의 공백이 더욱 뼈아팠다.
가나의 패배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팀은 이제 이번 월드컵에서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포함해 월드컵 본선에서 파죽의 11연승을 달린 브라질은 월드컵 통산 200골 돌파(201골)의 대기록도 함께 이뤄 냈다.
27일 쾰른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월드컵에 첫 출전한 우크라이나가 8강 신화를 이뤘다.
우크라이나는 스위스와 연장 접전 끝에 득점 없이 비겼지만 승부차기에서 3-0으로 이겼다. 1954년 자국에서 열렸던 월드컵 이후 52년 만에 8강을 노렸던 스위스는 승부차기에서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단 1골도 넣지 못하는 달갑지 않은 진기록을 세웠다. 우크라이나는 호주를 1-0으로 꺾고 올라온 이탈리아와 7월 1일 오전 4시 함부르크에서 4강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