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년간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축구를 선보이겠습니다."
2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5층 회의실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진 핌 베어벡(50·네덜란드) 감독은 "한국 축구는 세계 최고의 팬들 가지고 있고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의 의지가 강해 많은 가능성이 있다 "2007년 아시안컵 우승과 함께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을 넘어 8강까지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선수들의 체력과 전술 소화능력을 고려해 유럽축구와 격차를 줄여나가는데 중점을 두겠다"며 "앞으로 2년 동안 팬들에 실망을 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감독을 맡은 소감은…?
"다시 여러분들을 만나게 돼 반갑다. 벌써 두 번이나 한국축구의 중심에서 일했다. 그동안 한국의 축구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접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을 축구협회에 전달해서 이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됐다. 앞으로 2년 동안 매일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국에는)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이런 선수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키워내는 것도 대표팀 감독의 임무다."
-목표는…?
"앞으로 5개월 정도는 2007년 아시안컵축구대회 예선에 집중할 예정이다. 아시안컵 결승에 오르고 우승하는 게 목표다. 또 올해 12월 아시안게임도 내가 맡게 된다. 23세 이하 선수 뿐 아니라 21세 이하 선수들도 뽑게 되는 데 이런 선택이 앞으로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대비하는 데 최적의 조건이 될 수 있다. 이런 대회를 잘 마쳐 새로운 주축들을 키워내 남아공월드컵에선 반드시 16강에 가야 한다. 특히 K-리그 지도자들은 물론 대학팀 등과도 긴밀한 협조를 이뤄나가겠다."
-코칭스태프 구성은 어떻게 되나?
"아직까지 축구협회, 협회 기술위원회와 상의를 하고 있는 데 조만간 결정될 것이다. 발표는 기술위원회에서 하게 될 거다."
-어떤 전술로 팀을 이끌겠는가?
"지난 2001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전술을 확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모든 코칭스태프 구성이 마쳐지면 회의를 통해 장기계획을 짠 뒤 구체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어떤 전술을 사용하는 지는 어쩌면 불필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전술은 구성원들의 역량과 정신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팬들은 경기결과에 너무 치우쳐서 대표팀을 평가한다. 그런 부분은 애로점이 될 수 있다. 팀 구성 과정에서는 결과가 안 좋을 수 있다."
-유럽축구와 격차를 어떻게 줄이겠는가?
"중요한 지적이다. 개인적으로 유럽축구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원인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정신력과 전술적 대비, 집중력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을 연구해 유럽과 실력차를 줄여나가는 데 주력하겠다."
-축구철학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축구를 접하고 배웠다. 이런 면에서 네덜란드식 축구의 특징인 강한 압박과 열정적인 축구를 좋아한다. 거스 히딩크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보여준 축구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식 축구를 하더라도 대표팀 구성원의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 최고의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한국식 축구에 네덜란드 축구를 접목하겠다."
-2002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2002년이나 2006년 모두 역사의 한 부분이다. 다 지난 일이다. 나는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 이 자리에 서있다. 지난 대회에서 보여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실수를 분석해 팀을 이끌 자료로 사용하겠다. 2002년 때부터 대표팀으로 뛰었던 선수들과 개인면담을 하겠다. 계약기간은 2년밖에 되지 않지만 2010년 대표팀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가능한 많은 선수들과 면담을 갖고 의견을 들을 작정이다."
-큰 대회에서 감독을 맡아본 경력이 적은 데…?
"맞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과 2년반을 함께 보내고 아드보카트 감독을 2년간 보좌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지도자와 함께 보냈다는 면에서 경험적으로 풍부하다고 본다. 어떤 지도자든 인생에서 처음으로 대표팀을 떠맡아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를 치른다. 내가 지금 그런 시기에 있고 역량을 증명해 보일 때다. 1987년 최연소로 네덜란드 리그 지도자를 했다. 1989년에는 페예노르트 사상 최연소 코치도 맡았다. 지금 시점이 독립해 감독으로 설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평가하면…?
"16강 진출 실패로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팀 중에서 최고의 승점(4점)을 따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스위스전에서는 불운이 따랐다. 국제대회에서는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줘야 한다. 프랑스는 조별리그에서 부진했지만 8강까지 진출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붓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전지훈련도 K-리그 구단들의 협조로 성공적으로 마쳤다. 팬들의 성원에도 감사한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