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투쟁을 주도했던 '노동계 투사'가 '투자 홍보 대사'로 변신했다.
변신의 주인공은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 과거 은행총파업의 주역인 그는 28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한국투자환경설명회(IR)에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태미 오버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와 함께 월가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유치에 나섰다.
지난해 뉴욕에서 열린 IR에 한국노총 부위원장급이 참석한 적은 있지만 한국의 중앙노동단체 대표가 외국에서 열린 IR에 참가한 것은 처음이다.
이 위원장은 IR에서 "나도 은행 총파업의 주도하면서 두 차례나 투옥됐던 사람"이라고 전제한 뒤 "그런 나도 이제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은 시대 상황에 맞지 않다고 본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국의 노동운동은 밖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를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노사문제 때문에 한국 투자를 걱정하고 있다면 이제 그 걱정을 모두 버리라고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국에 투자했다가 노사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노총이 중재에 나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변신'에 대해 상황의 변화를 이유로 들었다. 이 위원장은 "중국이 저임금을 무기로 투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과거 한국의 노동운동이 임금인상과 노동조건의 개선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신경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IR에 이어 뉴욕 주재 한국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노동운동만 눈과 귀를 가리고 '마이 웨이(my way)'를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내가 총대를 멨다"고 말했다.
IR에서 '이용득 효과'가 실제로 감지되고 있다. 동행한 정 장관은 "월가의 투자자들과 한국의 투자환경 등에 대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는데, 한국노총과 함께 온데 대해 매우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IR에 참석한 한 외국인 참석자는 "이용득 위원장의 발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한국 노동계에서 한국노총의 영향력을 묻기도 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