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성북구 월곡동 ‘박영석 그랜드슬램 전시관’ 앞에 선 네팔인 부부 앙도르지 셰르파(왼쪽)와 칸치 셰르파니 씨. 조이영 기자
29일 오전 11시, 네팔인 부부는 아침과 점심식사를 겸해 감자탕을 먹었다.
‘세계의 지붕’ 네팔에서 한국으로 잠시 내려온 앙도르지 셰르파(45)와 칸치 셰르파니(45) 씨. 감자탕을 거뜬히 비우고는 “정말 맛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게스트하우스 겸 한국식당 ‘빌라 에베레스트’를 운영하는 앙도르지 씨는 국내 산악인들의 절친한 벗이다. 네팔의 ‘한국통’으로 한국 산악인과 교류한 세월이 20년이 넘었다.
이번 한국 방문은 앙도르지 씨가 아내에게 바친 선물이다. 앙도르지 씨는 사업차 한국을 자주 드나들었지만 아내는 늘 귀동냥만 했을 뿐이었다. 그는 한국을 처음 찾은 아내에게 한국의 옛 것과 새 것,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앙도르지 씨가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78년 네팔의 공사장 밥집에서였다. 한국 기업이 발전소를 짓는 공사현장에서 식당 일을 돕다가 한국의 친구가 된 것.
한국 음식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었고, 한국말도 다른 네팔인보다 먼저 배웠다. 결국 공사장 밥집의 한식 요리사가 됐다.
1983년 오인환 씨가 이끈 트래킹 팀의 요리사로 솜씨를 발휘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에는 양정고 졸업생으로 구성된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주방장으로 참여했다. 이후 10명의 등정자를 낸 1988년 에베레스트-로체 원정대의 식사를 책임졌고, 전봉곤 씨의 눕체 북서봉 등정 때도 베이스캠프에서 김치찌개를 끓였다.
2005년 촐라체 북벽 등정 후 하산 길에서 사선을 넘나든 한국 산악인들의 구조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이도 그였다. 앙도르지 씨는 20년 넘게 한국 원정대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했던 것이다.
그는 “길을 걷다가 7월 말 치러지는 서울 성북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꼭 참여해 달라는 안내문을 받았다”면서 크게 웃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