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심리학이 비정상적인 사람을 치료하는 데 주력했다면 요즘은 정상적인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해 주는 방법에 관한 연구가 인기다. 올해 미국 하버드대에서 최고 인기 강좌로 꼽힌 ‘행복학’도 그중 하나다.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 정신병 요소를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행복지수를 더 끌어올릴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더 행복해지는 방법? 연구자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기본 행복 수준을 높여라. 자긍심을 높여라. 실제로 해낼 수 있다는 자아효능감(自我效能感·self-efficacy)을 가져라.”
▷국민 전체로도 자부심을 높여야 행복감이 커지고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보며 대외활동도 잘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월드컵 길거리 응원을 통해 많은 국민이 ‘조국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고 느꼈다고 한다. 프랑스에 사는 우리 교민들은 태극전사들이 프랑스팀과 동점을 만들어냈을 때 특히 그랬을 것이다. 프랑스나 스위스 도시들에서 우리 교민들은 붉은 티셔츠에 태극기 패션으로 당당하게 응원을 벌였다. 이들에겐 ‘몰라보게 커 버린’ 모국이 ‘큰 힘’일 것이다.
▷미국 시카고대 전국여론조사센터가 34개 민주국가 국민의 ‘국가 자부심’을 조사한 결과 3년 전 공동 1위였던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1,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초강대국인 데다 9·11테러 이후 애국심이 더 높아졌고, 베네수엘라는 반미 좌파인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국민상(像)’을 새로 부각시키는 중이어서 그럴 것이라는 풀이다. 우리나라는 최하위권인 31위로 나왔다. 3년 전 33개국 중 22위였던 것보다도 크게 떨어졌다.
▷대체로 아시아국가 국민의 ‘국가 자부심’이 낮은 편이지만 우리는 너무 심하다. 국민이 자부심 평가항목인 과학기술, 예술, 스포츠에서의 발전상을 알면서도 대한민국에 대해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툭하면 “우리 과거는 부끄럽고 불행한 역사였다”고 강조하는 노무현 대통령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현재에 낙담하고 미래의 행복에 대해 별로 기대하지 못하니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엷어져 가는 것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