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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소 청구인측 대리인 이영모-박용상 변호사

입력 | 2006-06-30 03:00:00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체로 만족한다. 그러나 헌재가 아주 예민한 부분에 대한 판단을 회피한 느낌이다.”

동아일보 대리인인 이영모(고등고시 사법과 13회) 변호사는 29일 신문법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 규정이 위헌이란 주장이 헌재의 결정에 반영된 것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 변호사는 1997∼2001년 헌재 재판관을 지내면서 사회 경제적 약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소수 의견을 많이 내 ‘소수 재판관’으로 불렸다. 그가 헌법 재판관 시절 낸 108건의 소수 의견은 역대 헌재 재판관 중 최다 기록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을 어떻게 보나.

“신문사로서는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의 설치, 신문발전기금 등이 최고 관심사였다. 신문법을 제정한 취지에는 정부가 이런 제도들을 통해 언론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헌재는 이 부분에 대한 청구인의 주장을 각하했다.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아 헌재가 판단을 유보했다고 볼 수 있다. 판단을 회피하긴 했지만 대체로 만족한다.”

―왜 그런가. 이 조항에 대한 헌법 소원을 다시 제기할 수 있나.

“헌재의 취지는 관련 법 조항이 현실적으로 시행됐을 때 청구하라는 것이다. 앞으로 이 제도의 운영 형태를 잘 봐야 한다. 신문발전기금 등이 신문사별로 차등 지급되면 헌법 소원을 다시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헌재의 판단은 이런 것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고 본다. 신문 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우니까 모든 신문사에 발전기금을 줄 수는 있어도 일부 신문에만 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신문의 사회적 책임 조항에 대한 헌법 소원은 각하됐는데….

“해당 조항을 선언적이고 근거적인 조항으로 판단한 것이다. 신문사로 따지면 공정한 보도를 하겠다는 사시 정도로 본 것이다.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신문사의 다른 신문사나 통신사 겸영을 금지한 규정에 대해서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신문사의 다른 신문사 겸영을 금지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입법자가 그 취지에 맞게 법을 고쳐야 한다.”

―합헌 결정 조항 중 아쉬운 것은 무엇인가.

“언론중재법 가운데 언론보도의 직접 피해자가 아닌 시민단체 등 제3자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시정을 권고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을 합헌으로 판단한 부분이다.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권한을 주는 것은 재판의 원리에도 어긋난다.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시민단체 등이 이 조항을 악용할 수 있는 소지가 많다고 공개 변론에서도 주장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모든 신문사가 경영자료를 공개할 것으로 보는가.

“신문사는 경영자료를 공개하지 않아도 1년에 2000만 원의 과태료만 내면 된다. 이 때문에 상당수 언론사가 이 조항을 지키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법안 개정 과정에서 관련 조항이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신문사의 과실이 없더라도 정정보도 청구를 할 수 있게 됐는데….

“정정보도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이 조항을 악용하는 것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몫이 될 것 같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처음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해 유감이다. 그러나 시장 지배적 사업자 등 중요한 조항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내 전체적으로는 절반 정도의 승리라고 자평한다.”

조선일보 대리인인 박용상(사법시험 8회) 변호사는 29일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낭독이 끝난 후 기자실에 들러 “헌재의 적극적인 판단을 기대했는데 유감”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법조계 인사 중 언론 관련 법제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언론의 자유와 공적 과업’ ‘언론과 개인법익’ ‘사법과 언론’ ‘표현의 자유’ 등 언론 자유에 관한 저서도 여러 권 펴냈다. 2000∼2003년 헌재 사무처장을 지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을 평가한다면….

“각하된 부분은 언제든지 헌법 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 좋게 본다면 헌재에서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이다.”

―신문사가 방송사는 겸영할 수 없어도, 다른 신문을 겸영하는 것은 가능해졌다.

“헌재는 한 신문사가 경영이 부실한 지방신문을 인수하는 것을 막는 것에 대해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문사의 방송 겸영 여부는 입법자의 미디어 정책적 판단이라고 했다. 입법부에서 새로운 법을 제정할 문제이다. 입법자의 의지가 바뀌면 (관련 정책이) 변경될 수 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명문화한 조항에 대한 청구가 각하됐는데….

“신문의 공정보도를 법률적으로 명문화할 수는 없다. 특정 사안에 대해 모든 신문이 어떻게 똑같이 공정하게 보도를 하나. 심히 유감스럽다.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해 추상적이고 윤리적인 문제에 불과해 구체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헌재가 합헌 여부의 판단을 유보했다. 미국에는 그런 경우에도 언론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판례가 많다.”

―언론사의 과실이 없어도 정정보도 청구를 할 수 있게 됐다.

“헌재는 그 부분을 새로운 권리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간략한 가처분 절차에 따른 정정보도 청구는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불만은 없다. 허위 사실을 증명하고,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권리로서 큰 효용은 없을 것이다.”

―언론보도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시민단체 등 제3자도 언론중재위원회에 시정권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합헌 결정이 났는데….

“단순한 권고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구체적인 사건에서 문제가 된 적이 없어서 헌재는 아직까지는 판단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헌법 소원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 조항 외엔 대체로 청구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문의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에 대한 법적 규제, 언론보도의 직접적인 피해자 외에 제3자의 언론보도에 대한 시정권고 조항 등은 헌재가 적극적으로 적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헌재가 권한에 대해 적극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했다. 여기에 미치지 못해 유감이다. 그러나 중요한 쟁점에 대한 주장은 상당부분 받아들여졌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