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53) 충북지사 당선자는 27일 노화욱 전 하이닉스반도체 전무를 정무부지사로 내정했다. 민선4기 도정의 목표를 경제특별도 육성과 균형발전으로 삼은 그가 전문경영인 영입으로 첫 단추를 뀄다. ‘행정의 달인’만 우대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그는 발로 뛰는 경제지사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자신한다.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BUY 충북’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정 당선자는 인터뷰 내내 “정치와 행정, 경영을 두루 거친 충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마리의 토끼라도 잡을 수 있다”며 확신에 차 있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청사진은….
“무엇보다 국내외 자본의 역내 투자를 활성화하겠습니다. 정재계에 인맥이 두텁고 대기업을 경영해 본 정무부지사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합니다. 민생경제와 직결된 재래시장을 탈바꿈 시키고,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건설시장이 되살아나도록 행복도시 건설 사업 참여 확대, 무분별한 민자유치사업 발주 제한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직제 개편의 밑그림이 그려졌습니까.
“구체적인 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공약 사항인 투자유치단과 균형발전추진단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신설하겠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내실 있게 이뤄낼 수 있는 강하고 효율적인 조직을 운용할 계획입니다.”
―지방행정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요.
“성실하고 진실된 자세로 일하는 공무원을 보면서 도정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동기 부여나 교육 프로그램이 다소 부족한 것 같습니다. 내실 있는 자치행정을 위해 중앙과의 네트워크 체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선 3기에 대해 점수를 준다면….
“점수를 매기기는 곤란하지만 큰 과오 없이 무난하게 일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계승할 만한 좋은 시책이 있지만 보완하거나 재검토해야 할 부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일부 기관 운영이 방만한 점이 아쉬운데 차차 정비하겠습니다.”
―10년째 표류 중인 밀레니엄타운 사업을 재검토할 의사를 밝혔는데요.
“밀레니엄타운은 5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됐고 일부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라 사업 자체를 백지화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골프장과 컨벤션센터 같은 비공익적 시설을 건립할 수는 없습니다. 공익성에 바탕을 두고 청주국제공항 활성화와 국제교류 강화라는 두 가지 명제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개발 모델을 강구할 계획입니다.”
―열린우리당 출신 충북 국회의원들과의 협력 방안은….
“국회의원과의 협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충북의 현안과 지역 이익을 위한 과제가 입법 활동과 예산 수립을 통해 적극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도록 수시로 상의하고 협조와 조언을 요청하겠습니다.”
―민선4기 단체장이 가져야 할 마인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뚜렷한 소신과 철학, 강한 추진력과 책임감,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마인드와 통합 조정력도 단체장이 갖추어야 할 주요 덕목 중 하나라고 봅니다. 예전같이 펜대 들고 사무실에 앉아서 결재만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겠습니다. 이런 일은 행정부지사에게 맡기고 큰 틀의 행정을 해야지요.”
―대(大)수도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지방의 희생 속에서 발전한 수도권이 또다시 지방 경제를 죽이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비수도권시도지사협의회를 비롯해 비수도권 출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시민사회단체, 경제단체와 힘을 합쳐 규제완화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입니다.”
―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민선4기 슬로건인 ‘잘사는 충북, 행복한 도민’을 위해 신명을 바쳐 일하겠습니다.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150만 도민과 1만2000 공직자의 참여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작지만 강하고 살맛나는 충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1978년 행시 합격 ‘경제통’…2001년 해양부장관 역임
정우택 당선자는 명문가 출신으로 엘리트 성장과정을 밟았다.
충북 진천 출신으로 농림부 장관과 자유당, 신민당 국회의원을 지낸 5선의 정운갑 씨가 그의 부친.
1953년 6.25 전쟁 당시 피란지인 부산에서 5남2녀 가운데 4남으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경기중고를 나와 성균관대 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하와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법학과 행정학 경제학을 두루 섭렵한 정 당선자는 1978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투자심사국, 기획관리실 등 주로 경제관련 부처에서 근무했다.
잘 나가는 공무원이던 정 당선자는 1991년 국민당 후보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당시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15대 총선에서 자민련 당적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자민련 정책위의장을 지내다 2001년 해양수산부장관으로 발탁됐다.
17대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낙선했다가 지난해 10월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정계에 복귀했다.
지난해 펴낸 자서전 제목인 ‘꿈이 있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가 좌우명.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