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독일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개최국 독일은 1일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8강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르헨티나를 꺾고 4강 고지를 밟았다.
이로써 독일은 가장 먼저 4강에 안착한 팀이 됐으며 2002 한일월드컵에 이어 2년 연속 4강에 오르게 됐다. 통산 11번째 4강 진출.
경기 내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 두 팀은 전후반 90분을 1-1로 마무리했다. 두 팀은 연장 30분 동안에도 승패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마지막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승부차기는 독일의 싱거운 승리로 끝이 났다. 골키퍼 대결에서 독일이 완승을 거둔 것.
독일에는 올리버 칸을 밀어낸 옌스 레만이라는 정상급 골키퍼가 있었던 반면, 아르헨티나는 주전 골키퍼 로베르토 아본단시에리가 경기 중 부상을 당해 후보 골키퍼 레오나르도 프랑코가 골문을 지켜야 했다.
4개의 슛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한 레먼은 2개를 막아내며 명성에 걸맞는 선방을 보였지만, 프랑코는 4골을 모두 허용하고 말았다. 승부차기 최종 스코어는 4-2.
이날 승부차기는 독일월드컵 두번째이자 월드컵 역대 18번째 승부차기 경기. 지난달 27일 열린 첫 승부차기 경기 우크라이나 스위스전에서는 우크라이나가 3-0으로 승리한 바 있다. 독일은 4번의 승부차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둬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1986 멕시코월드컵, 1990 이탈리아월드컵 결승에서 만나 한 차례씩 우승을 차지했던 두 팀은 8강전 최고의 ‘빅 매치’답게 초반부터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아르헨티나는 중원을 장악하며 섬세한 패싱게임으로 게임을 주도했고, 독일은 장신 공격수들을 이용한 플레이로 몇 차례 득점 찬스를 잡았다. 그렇지만 두 팀은 견고한 수비벽을 뚫지 못해 전반 45분 동안 골을 터뜨리는데 실패했다.
첫 골이 기록된 것은 후반 4분. 선취골은 아르헨티나의 몫이었다. 독일의 탄탄한 수비에 막혀 득점 기회를 잡지 못하던 아르헨티나는 후반 4분 코너킥 기회를 얻었다.
독일의 장신 골키퍼 옌스 레만이 볼을 잡아내기 위해 몸을 날렸으나 최고의 헤딩력을 자랑하는 아얄라의 슛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선취골을 내줬지만 독일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스피드가 뛰어난 측면 공격수 다비트 오동코어를 투입해 아르헨티나의 수비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후반 35분 기어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독일의 간판스트라이커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린 것. 발보다 머리를 잘 쓴다는 클로제의 뛰어난 헤딩능력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전후반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대회 네번째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은 체력과 공격력에서 앞선 아르헨티나의 우세.
그렇지만 플레이메이커 후안 로만 리켈메가 빠진 아르헨티나는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만들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1982년 승부차기가 도입된 이후 한 번도 연장전과 승부차기에서 패한 적이 없었던 아르헨티나는 독일의 벽을 넘지 못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르헨티나는 1990년 월드컵 준우승 이후 4개 대회 연속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후반 35분 동점골을 터뜨린 독일의 간판스트라이커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5골로 대회 득점 단독선두를 굳게 지켰다. 2위 그룹과는 2골차. 지난 2002 한일월드컵에서 5골로 득점 2위에 올랐던 클로제는 2회 연속 5골을 집어 넣으며 월드컵 통산 10골째를 기록했다.
한편 독일의 플레이메이커 미하엘 발라크는 안정된 공수조율로 팀의 승리를 견인, 경기 수훈선수에게 주어지는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발락은 지난 20일 열린 에콰도르전에서도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
조철영 동아닷컴 기자 ch2y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