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 뉴스/데이비드 스즈키, 홀리 드레슬 지음·조응주 옮김/608쪽·2만5000원·샨티
환경 보호, 지구 되살리기, 지속 가능한 삶…. 이런 말을 들으면 어쩐지 희생하고 금욕하는 생활이 연상되는가? 인생의 재미를 포기하고 자기 통제를 생활화해야 한다는 무지막지한 요구로 들리는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캐나다의 작가, 환경운동가인 두 저자는 이 책에서 성장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도 충분히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좋은 소식’을 전해 준다. 저자들의 주장은 경제발전과 환경보호는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니라 꿩 먹고 알 먹듯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꽃을 해치지 않고 꿀을 모으는 꿀벌’처럼 환경을 해치지 않고 돈을 번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카페 ‘화이트 독’을 운영하는 주디 윅스는 잔인한 방식으로 사육되지 않은 고기, 유기농 농산물을 사용하며 연간 500만 달러를 번다. 손님들은 이런 노력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그저 음식이 맛있어서 찾아오지만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점차 아동 보호를 위한 도시빈민가 탐방 후원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작은 회사에서 나이키처럼 큰 회사에 이르기까지 환경보호와 함께하는 성장을 추구해 온 사례를 읽다 보면 ‘이런 일도 가능하구나’ 하는 즐거운 놀라움이 찾아온다.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경영의 방식에서도 다양한 생물 종 사이의 연관성을 회복하는 ‘전체론적 경영’을 지향한다. 전체론적 경영을 제기한 야생 생물학자 앨런 새보리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와 미국 텍사스처럼 조건이 전혀 다른 목초지에서 왜 사막화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생하는가를 연구하던 도중 그나마 가축 떼가 포식 동물에게 괴롭힘을 당한 구역은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양이 공포에 질려 떼 지어 다니며 발굽으로 흙을 갈아엎고 죽은 식물을 짓뭉개 흙에 파묻히게 하면 메마른 땅도 비로소 씨앗과 빗물을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론적 경영의 원리를 읽다 보면 이것이 단지 경영 방식이 아니라 철학의 변화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유전적으로 단일한 변종만 기르는 단일재배는 위험하다. 가축이건 풀이건 다른 생명체와 공존해야 제대로 자란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닥치는 대로 풀을 먹어치우던 고라니 떼를 사냥하는 늑대를 들여오자 30년간 줄어들던 사시나무가 다시 자라고 새들이 돌아왔다. 자연에서건, 사람 사는 사회에서건 경직된 동일성은 죽음을 낳는다. 원제 ‘Good News For A Change’(2002년).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