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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웰다잉 전도사’ 오진탁 한림대 교수

입력 | 2006-07-01 03:12:00

여유와 품위를 잃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잘 죽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면서 웰다잉 전도사임을 자처하는 오진탁 한림대 교수.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요즘 우리 사회에 웰빙(well-being·참살이) 못지않게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다. 오진탁(철학) 한림대 교수는 10년 전부터 학교 강의시간이나 사회단체 강연 등에서 “잘 죽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며 웰다잉의 중요성을 강조해 와 ‘웰다잉 전도사’로 불린다. 오 교수는 한림대에 생사학연구소(thanatology.or.kr)를 개설해 생사학(生死學)을 연구해 왔고, 지난해부터는 ‘자살 예방 전문과정’을 개설해 자살예방 전문가들을 길러 내고 있다.

○ 행복한 죽음 없이는 잘 살았다 말 못하지요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 ‘웰다잉 체험교실’ 강의를 막 끝내고 나오는 오 교수를 만났다. 그는 “어떤 사람이 아무리 잘 살았다 한들 편안하고 여유 있게 죽지 못했다면, 마지막 모습이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면 진정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왜 요즘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까.

“죽음 준비 교육을 10년 전부터 해 왔지만 최근 들어 부쩍 관심이 늘어난 것 같다. 참된 의미에서 행복이란 죽음에 있으므로 웰빙을 삶의 문제에만 한정시킬 게 아니라 웰다잉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우리 국민이 죽음의 터부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다.”

―웰빙은 웰다잉에서 어떤 영향을 받는가.

“웰빙은 물질적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웰다잉은 물질적 차원에서만 생각할 수 없다. 영적이고 종교적인 차원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웰다잉과 결부될 때 웰빙에도 정신적 종교적 측면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죽음 의식을 많이 지적해 왔는데….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도 자기가 죽으면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하는데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 모르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죽음은 옷을 갈아입는 것’이라고 했고, 생사학의 창시자인 미국 정신과 의사 퀴블러 로스는 ‘죽음은 여행’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유교의 영향 때문인지 우리는 내세관이 없는 민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불교 내세관의 영향력은 미미했고, 그리스도교의 내세관은 아직까지 뿌리내리지 못했다. 그 결과 사회 전반적으로 죽음에 대한 철학과 문화가 없다. 이는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이다.”

―죽음 준비 교육의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나.

“우선 자살 예방 교육이 된다. 자살의 원인에는 개인적인 고민과 사회적 모순, 죽음에 대한 오해 등이 있다. 지난주 시작된 봉은사 주최 ‘웰다잉 체험교실’에 참가한 2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105명(50%)이 자살 충동을 느꼈고, 83명(39%)이 자살하면 고통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했으며, 87명(41%)이 죽으면 끝이라고 이해했고, 62명(29%)이 누구나 자살권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올 1학기 초 한림대에서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학기말에 다시 조사해 보니 4개 항목 모두 0%에 가까웠다. 그만큼 죽음 준비 교육은 자살 예방 효과가 있다. 아울러 죽음 준비 교육을 받으면 삶의 시간이 제한돼 있음에 유념해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돌아보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다. 죽음은 나이순으로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죽음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와 학교에서 죽음 준비 교육이 확산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