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각 경제부처에는 간부 인사가 유난히 많았다.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건설교통부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국세청 등의 국장급 인사가 줄을 이었다.
‘전통적인 인사철’이 7월인 이들 부처가 경쟁적으로 인사를 앞당긴 것은 이례적이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상당수 공무원들은 “원인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고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고위공무원단제도”라고 귀띔했다.
고위공무원단제는 중앙행정기관 이사관 이상 실·국장급 간부와 별정직 등 1305명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358개 직위에 대해서는 민간 전문가와 타 부처 등에 채용을 개방한다. 고급 공무원 사회에 본격적인 경쟁 개념을 도입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번 주 이뤄진 각 부처의 인사는 이런 취지가 결국은 ‘꼼수’로 변질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1일부터 타 부처 관료 및 민간에게 개방하도록 한 직위 중 일부를 사전에 국장급 인사를 통해 자기 부처의 사람으로 심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 국장급 인사를 한 6개 행정기관 중에 정통부를 제외하고 5개 기관에서 모두 8개 직위의 개방형 및 공모직 직위를 현 부처의 공무원으로 채웠다.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는 “개방형 및 공모직이 아닌 자리에 결원이 생기면 개방형이나 공모직에 있는 국장급 인사를 그 자리로 전보시킨 뒤 개방형과 공모직 자리에 공개 채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고위공무원단제를 피해가려는 시도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결원이 생기지 않을 경우 이번 인사로 옮긴 신임 국장들은 개방형과 공모직 직위를 당분간 차고 앉아 있게 된다. 자연히 개방과 경쟁이라는 고위공무원단제 도입 취지는 어느 정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관가(官街)에서는 타 부처 공모직위를 부처 간 인사 맞교환 형식으로 피해가자는 논의가 무성하다. 공모를 하더라도 결국 현재 부처의 관료가 채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도를 새로 만든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공직 개방을 ‘철밥통을 깨는 시어머니’ 정도로 여기는 관료사회의 인식이 남아 있는 한 제도의 취지가 빛을 발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박현진 경제부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