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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충식]이용득의 ‘총대’

입력 | 2006-07-01 03:12:00


중무장한 경찰과 ‘붉은 띠’ 노동자들의 아수라판 가투(街鬪). 맵고 독한 분규에 질려 외국기업주가 떠나 버리면, 노동자들은 해외 본사에까지 쳐들어간다. ‘원정시위’다. 그런가 하면 국내 한 자동차업체는 ‘생산하지 않는’ 노조 전임자가 100명에 이르고, 그 월급만도 한 해 5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상식을 뛰어 넘은 노조의 비대화, 권력화를 보여 주는 단면이다.

▷‘유연한 노사(勞使)관계’는 오늘날 국가경쟁력의 핵심 항목이다. ‘작지만 강한 경쟁력’으로 유명한 룩셈부르크 홍콩 싱가포르의 공통점은 규제 완화, ‘작은 정부’, 우수 인력, 개방, 그리고 ‘유연한 노사관계’ 5가지이다. 산업정책연구원이 5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의 노사관계는 세계 61위로 비교 대상 중 꼴찌였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26위에서 43위로 밀려났다.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극소수 강경론자들이 전체 노동계 판도를 쥐고 흔들어 노동 현안들이 꼬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금수 노사정위원장도 민주노총 강경파를 ‘깽판 치는 소수’로 지목하며 그 강경파의 발호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성(自省)과 노동계의 내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해외의 시각은 아직 싸늘하다. ‘노조와 경찰이 스타워즈처럼 죽기 살기로 싸우는 나라’ 한국의 이미지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은 끝났다. 나는 은행 총파업에 앞장서고 두 번이나 투옥된 사람이지만, 노사문제로 한국투자를 꺼리는 사람에게 걱정을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최근 뉴욕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에게 호소했다. 노동운동의 거물 리더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용감하게 ‘총대’를 메고 나선 모습을 보며 한국의 새로운 희망을 읽게 된다. ‘노동운동가의 이데올로기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 ‘독재시절 투쟁 방식의 답습’ ‘일신의 영달(榮達)을 위한 노동운동’에서 벗어나자는 이 위원장의 외침은 신선하다. 문제는 다수의 호응과 실천이다.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