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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섹시女-교양女… ‘두 여자 사랑하기’

입력 | 2006-07-01 03:12:00


◇ 두 여자 사랑하기/빌헬름 게나치노 지음·이재영 옮김/292쪽·9500원·창비

잔드라는 잘 챙겨주고 생활력이 강하고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교양이 부족하다. 유디트는 센스가 있고 예술적 감성이 풍부하다. 그렇지만 우울해할 때가 많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한 여자가 줄 수 있는 걸 다른 여자는 줄 수 없다. 그렇지만 남자는 다 갖고 싶다.

그래서 두 여자를 함께(그러나 여자들은 서로 모르게) 사랑해 온 남자. 그렇지만 나이 쉰이 넘다 보니 두 여자를 사랑하는 게 영 벅차다. 몸도 힘든 데다, 언젠가부터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것 같다는 고민마저 하기 시작한다. 결국 둘 중 하나와 헤어져야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은 ‘두 여자 사랑하기’로 갈등하는 남자의 심리 묘사가 대부분이다. 별다른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일단 남자의 혼란스러운 심정을 관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자는 성적으로 만족감을 주는 잔드라를 택하기로 마음을 먹다가도, 유디트와 논쟁을 벌이다 쾌감을 느끼면 유디트 없이 살아가기는 어렵다고 고민한다. ‘두 여자 사랑하기’의 장점도 꼽아 본다. ‘두 여자를 동시에 지속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세계에 두 개의 튼튼한 닻을 내려놓는 것과 같다. 그런 사랑은 사람을 살찌운다. 모든 삶의 면면이 의미심장한 깊이를 얻게 된다.’

황당한 고민일지라도 모든 윤리적인 문제와 현실적인 삶의 복합성은 갈등을 빚게 마련이다.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사랑에 질서와 규격이 있단 말인가’라는 의문에까지 닿게 된다. 남자는 모든 것이 규격화된 현대 문명의 몰상식함을 강의하는 대중강사. 직업상 연관지어 봤던 고민이 사랑의 본질에 대한 성찰에까지 이르게 된 것. 소설은 이렇게 양다리 걸치기 얘기를 사랑학 개론으로 바꾸어 놓는다.

남자는 진지하게 고민하지만 독자는 읽는 내내 코믹한 게 소설의 특징. 독일 최고의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 상 등 독일 내 각종 문학상을 휩쓴 작가답게 맛깔스러운 글 솜씨를 보여 준다. 끝까지 감정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대신, 사랑과 인생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 보도록 하는 치밀한 구성이 돋보인다. 원제 ‘Liebesbloedigkeit’(2005년).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