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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日 메이지시대의 ‘요리 유신’… ‘돈가스의 탄생’

입력 | 2006-07-01 03:12:00

무라이 겐사이의 그림 ‘식도락’. 주저주저하며 쇠고기를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메이지 시대 들어 공식적으로 육식이 허용됐지만 심리적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그림 제공 뿌리와 이파리


◇ 돈가스의 탄생/오카다 데쓰 지음·정순분 옮김/292쪽·1만3000원·뿌리와 이파리

일본의 돈가스는 독특한 요리다. 돼지고기에 빵가루를 입혀 튀긴 서양식 요리이지만 서양에서와 달리 미리 썰어 접시에 담아 내고 나이프나 포크 대신 젓가락으로 밥과 함께 먹는다. 서양요리도 아니고 일본요리도 아닌, 그 둘의 절묘한 조합인 돈가스는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했을까.

밀가루 회사에 다녔고 음식문화사를 연구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일본만의 독특한 요리인 돈가스, 단팥빵을 통해 일본 근대문명사를 바라본다.

일본은 불교를 받아들인 덴무(天武) 왕이 675년 육식 금지령을 내린 뒤 1200여 년 동안 쇠고기 돼지고기를 금기시해 온 나라였다. 사정이 달라진 것은 1868년의 메이지(明治) 유신 때 대외정책이 쇄국에서 개국으로 180도 전환하면서부터다.

저자는 메이지 유신이 “현대 일본의 다채로운 음식문화를 이해하는 바탕이 되는 가장 흥미로운 시대”였다면서 “요리 유신”이라고까지 부른다.

근대화를 추진했던 메이지 유신 지도자들의 고민은 위로 올려다봐야 할 정도인 서구인과 일본인의 체형 차이였다. 육식 금지령을 해금한 배경에는 체격을 키워 일본인의 체력에 대한 열등감을 없애고 서양요리의 보급을 통해 서구의 음식문화, 나아가서는 문명을 섭취하고 흡수하려는 의도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1200년간 금기였던 육식은 순조롭지 않았다. 쇠고기에 대한 저항감을 줄이기 위해 전골에 넣어 된장으로 양념을 해 끓여 먹기 시작한 것이 쇠고기 전골, 스키야키의 시초다.

돈가스의 유래는 서양의 튀김요리인 커틀릿(Cutlet)이다. 이를 일본에서는 ‘가쓰레쓰’라고 불렀고 돼지고기를 튀긴 포크 가쓰레쓰가 돈가스의 전신이다. 서양에서는 따뜻한 요리엔 익힌 채소를 쓰지만 일본인들은 돈가스에 채를 썬 양배추를 곁들였다. 돈가스를 한 입 먹은 뒤 산뜻한 양배추로 입안에 남아 있는 느끼함을 없애기 위해서다.

돈가스의 인기에는 이름에 ‘가쓰(勝)’라는 뜻이 들어 있는 것처럼 읽히는 점도 한몫했다. 요즘도 시험 철이 되면 일본의 수험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돈가스 도시락이나 돈가스 샌드위치를 먹는다. 외국 문물을 받아들인 실용에다 상징까지 결합됐으니 일본의 대표 음식이라 할 만하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