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놀이를 통해 혼자 놀아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담하게 그려낸 ‘훌륭한 꼬마의사’. 아이들의 고민이 오롯이 담긴 병원 풍경이 예쁘고 정겹다. 그림 제공 크레용하우스
◇ 훌륭한 꼬마의사/호세 마리아 플라사 글/에밀리오 우르베루아가 그림·김수진 옮김/84쪽·7500원·크레용하우스(초등학교 저학년)
《햇살은 따사하고 오후 수업도 없는 날이에요. 신나게 놀고 싶은데, 엄마 아빠는 바쁘시기만 하네요. “엄마” 하고 불러도 들은 체를 안 하세요. “피투! 좋은 생각이 났어. 동물병원 놀이를 하는 거야. 내가 의사선생님을 하고 너는 조수를 해.”》
거북이 친구 피투는 대답은 없지만 항상 내 편이에요. 앞마당 나무에 ‘훌륭한 의사선생님’이란 나무판을 걸었어요.
첫 환자가 땅속에서 얼굴을 내미네요. 털북숭이 두더지예요. 앞이 잘 안 보여서 병원에 온 건가? 아니래요. 뛰어놀 숲이 자꾸 없어지는 게 걱정돼서 왔대요. ‘맞아. 아빠가 어렸을 적엔 나무가 많아서 타잔놀이도 했다던데….’
두 번째 환자는 늑대예요. 무서웠는데 오히려 늑대가 울고 있어요. 자기는 고기 대신 사과랑 스파게티를 좋아해서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당한대요. 어떻게 친구를 찾아주나?
응급환자가 있다고 해서 사이렌을 울리며 가 봤더니 개가 힘없이 엎드려 있네요. 따뜻한 집과 맛있는 음식, 모든 걸 지녔는데, 어디가 아플까? 주인이 놀아주지 않아서 슬픈 거래요. ‘반창고도 물약도 소용없잖아. 아무리 훌륭한 의사지만 나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스페인 작가 호세 플라사가 들려주는 동물병원 놀이를 엿보노라면 혼자 놀아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담담하게 전해져요. 함께 놀아 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아이들(동물들을 포함해서)의 마음과 고민이 오롯이 담겨 있는 그들만의 병원 풍경에 빙그레 웃음이 나요.
병원 문을 닫으려는데 문 앞에 아기 새가 와들와들 떨고 있네요. 가족들은 다 멀리 떠났는데 자기만 나는 법을 다 배우지 못해 혼자 남았대요.
“따뜻한 봄이 올 때까지 내 방에서 함께 지내자. 거북이 피투하고 같이. 너희 둘은 내가 가장 아끼는 친구가 될 거야.”
이기홍 기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