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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부총리 1년 5개월 성적표…‘무소신 교육실험’

입력 | 2006-07-01 03:12:00

30일 기자회견에서 갑작스럽게 사퇴 의사를 밝힌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홀가분한 표정으로 집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안철민 기자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취임 1년 5개월여 만에 퇴진하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국회로 돌아가겠다고 사의를 표명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자립형사립고 확대 입장 번복, 외국어고 지원 지역제한 등 일련의 교육정책 혼선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락가락 소신에 중도사퇴=노 대통령이 “대학도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발언한 직후인 지난해 1월 28일 경제통인 김 부총리가 발탁돼 교육정책에 경쟁력 개념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에 역점을 두면서 부산대-밀양대 등 5개 국립대의 통합 작업을 추진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는 평가다.

특히 교육부가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 반영비율을 50% 이상 확대하도록 대학에 ‘압력’을 넣는 등 수월성보다는 평등성을 강조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자 “제 역할을 못하고 청와대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았다.

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해 시범 도입한 자사고 정책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취한 것이 결정적으로 ‘무소신 장관’이란 혹평을 받는 계기가 됐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사립학교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자 천주교 수원교구청을 방문해 “자사고를 20개 정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종교계의 참여를 요청했다.

그런 그가 올해 초부터 청와대가 지방선거를 의식해 양극화 정책을 집중 부각시키자 2월에는 “자사고로 전환할 수 있는 학교는 전국에 2, 3개 정도여서 확대하기 어렵다”고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5·31지방선거 참패 이후 개각을 예상하면서 정부 안팎에서 김 부총리가 경질 0순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김 부총리의 입지에 결정타가 된 것은 외고 지원 지역제한. 지난달 19일 자사고의 대안으로 공영형 혁신학교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2008학년도부터 외고는 거주지 시도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게 정책을 확 바꿨다.

정책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최소한의 예고기간도 없이 외고를 옥죄는 정책을 덜컥 내놓은 데다 김 부총리의 딸도 D외고를 나와 Y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크게 나빠졌다. 시민단체와 전국시도교육위원회협의회도 김 부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교육수장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든 지경이 됐다. ▽김병준 부총리?=후임 교육부총리에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거론된다. 노 대통령과의 친분이나 정권 내의 위상, 본인의 의지 등을 종합할 때 유력하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교육부총리 출신의 한 인사와 만나 “총리는 나이 때문에 그렇고, 교육부총리를 해 보고 싶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안팎에서는 김 전 실장이 교육부총리가 될 경우 청와대와의 관계 등 때문에 ‘코드 정책’이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공영형 혁신학교, 외고 지원 지역제한, 2008학년도 대입 내신 확대 정책 등 갈등의 소지가 많은 정책을 ‘개혁’이란 명분만 내세워 밀어붙일 경우, 일선 교육현장의 반발과 교육주체들의 이해관계 조정이 어려워 정권 말기의 교육정책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