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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단체장4기, 아직 부실한 뿌리]제주특별자치도출범

입력 | 2006-07-01 03:12:00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하루 앞둔 30일 제주도청 직원들이 도청 정문의 현판을 ‘제주특별자치도청’으로 바꾸고 있다. 특별자치도는 자치경찰제, 교육자치제, 주민소환제를 시행하는 등 고도의 자치권을 갖는다. 제주=연합뉴스


《한국 지방자치사에 한 획을 긋는 신개념의 지방정부가 탄생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1일 출범함으로써 제주도를 홍콩과 싱가포르에 필적하는 특별한 지역으로 만드는 1막 1장이 시작됐다. 이는 지방 분권의 본격적인 신호탄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주민투표법이 발효된 이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에서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도민들은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제주를 단일 광역자치단체로 변경하는 행정구조 개편안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외교와 국방, 사법 등 ‘국가존립사무’를 제외한 자치권이 점차 확대된다. 교육·의료시장 등이 개방되고 개발사업 투자자에 대한 혜택이 확대된다.》

▽교육·의료시장 개방 실험=외국인이 초중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까지 설립할 수 있다. 국어 사회를 제외한 교과과정을 자율적으로 정해 외국어로 수업하는 학교가 생긴다.

외국 대학은 전문대 이상 학교시설을 이용해 교과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와 러시아 모스크바대, 캐나다 서리교육청 등이 진출 의사를 보이고 있다.

2009년 개교 예정인 국제고교(공립)는 교원자격이 없어도 정원의 절반 이내에서 외국인 교사를 둘 수 있고 외국의 학제 및 교과과정을 통한 수업이 가능하다.

교육자치 수준은 더욱 높아진다. 5·31지방선거에서 5명의 ‘교육의원’이 주민 직선으로 처음 선출됐다.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서 교육 관련 조례안과 예산 등을 심의 및 의결한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임의로 배정하는 보통 교부금인 경우 총액의 1.57%(연간 190억∼200억 원 규모)를 제주도교육청에 지원하도록 명문화했다.

특별자치도에서는 외국 영리 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외국 면허를 가진 의사가 취업할 수 있고 외국인 진료를 위해 별도의 진료소가 들어선다.

▽국제자유도시 조성=제주특별자치도는 동북아의 허브를 지향하는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해 관광 의료 교육 1차산업에 첨단산업(정보기술, 생명공학기술)을 더한 ‘4+1산업’에 주력한다.

의료와 관광을 접목한 ‘메디컬 투어리즘’은 이미 시동이 걸렸다. 미래의료재단, 라이브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홍콩의 보타메디그룹은 지난달 28일 제주산업정보대와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2009년까지 10만 평 규모의 ‘메디컬리조트’를 만들기로 했다.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지원은 파격적이다. 5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면 재산세를 10년 동안 면제한다. 100억 원을 투자하면 첫해 10억 원의 세금 혜택을 받는 셈이다.

세금 감면 대상 사업은 관광 문화 실버사업 등에서 첨단산업 의료 등의 분야까지 확대되고 첨단산업용 국공유지 임대 기간은 50년이다.

▽제주도는 해방구(?)=제주도는 우선 자치분권 563건, 국제자유도시 개발 499건 등 1062건의 정부 사무를 넘겨받는다.

도시개발구역지정, 대기배출허용기준, 농업진흥지역 지정 및 해제, 공유수면관리, 외국인전용 카지노업 허가 등에 대한 권한을 얻어냈다.

총액인건비제도가 도입돼 기구와 정원을 자율적으로 규정하고 외국인인 경우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단순한 법률 개정 건의보다 한 차원 높은 법률안 제출 요청권을 갖는다. 특별자치도가 법률안을 만들면 정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대로 수용해 국회에 넘겨야 한다.

자치경찰은 전국에서 처음 제주지역에서 선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 산하에 127명 규모의 자치경찰단이 구성돼 범죄예방, 교통, 지역 경비 등의 업무를 맡는다.

제주대 양덕순(행정학) 교수는 “제주특별자치 운영에 도민의 자치경영 능력과 정부의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며 “새로운 수입원과 제도를 발굴하기 위해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늬만 특별자치도(?)=홍콩 싱가포르 등 외국의 국제자유무역도시를 따라가기엔 아직도 제약 요소가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사람과 물품의 자유로운 이동은 고사하고 내국인 면세점의 확대조차 마음대로 못한다.

제주지방해양수산청 등 7개 특별행정기관의 업무가 편입됐지만 여객선 운항 관리는 여전히 국가의 몫이고 제주국제공항, 출입국사무소 등도 중앙 부서의 책임 아래 있다.

이처럼 정부 부처는 중요 권한을 여전히 틀어쥐고 쉽사리 내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

재정은 더욱 문제. 정부는 보통교부세 총액의 3%(지난해 예산 기준 5000여억 원)를 지원하도록 명문화했지만 특별자치도 이전과 별 차이가 없어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 어렵다.

국세의 특별자치도세 전환에 큰 진전이 없고 기업 유치를 위해 25% 수준인 법인세율을 13%로 내리는 노력도 부진한 상태다.

국내외 모든 항공사에 대해 제주를 경유지로 이용할 수 있는 항공자유지역화, 제주로 유입되는 물품에 대해 내국세 및 관세를 감면하는 도 전역 면세자유지역화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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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반병희 차장 bbhe424@donga.com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