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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의 기다림… 3일간의 짧은 만남… 다시 눈물의 이별

입력 | 2006-07-01 03:12:00

3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작별행사를 마친 뒤 28년 만에 북측의 아들 김영남 씨(오른쪽)를 상봉한 어머니 최계월 씨가 남측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탄 뒤 차창 밖으로 김 씨의 손을 꼭 잡은 채 울음을 참고 있다. 이훈구 기자


28년 만에 재회의 기쁨을 맛보았던 ‘납북자’ 김영남(45) 씨와 남측 어머니 최계월(82) 씨가 30일 작별 상봉을 끝으로 2박 3일간의 짧은 만남을 마치고 다시 이별했다.

오전 9시 금강산호텔 2층. 최 씨는 영남 씨에게서 선물 받은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이별까지는 아직 한 시간가량이 남아 있었지만 작별 상봉장에 들어선 어머니 최 씨는 영남 씨를 보자마자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오열했다. “엄마 울지 마”라며 위로하는 영남 씨의 목소리도 떨렸다.

어느새 약속된 시간이 지나고 헤어져야 할 시간. 영남 씨가 어머니 최 씨를 휠체어에서 안아 올려 버스 좌석에 앉히자 최 씨는 아들을 놓지 않으려는 듯 꼭 껴안고 울부짖었다. 질끈 감은 영남 씨의 눈에서도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영남 씨의 딸 은경 씨는 “할머니, 기다릴 테니 앓지 마세요”라고 위로했다. 눈물을 흘리는 고모 영자(48) 씨에게 “안 울겠다고 약속하고선…”이라며 자신도 울음을 터뜨렸다.

최 씨는 차창 밖에서 배웅하는 며느리 박춘화(31) 씨에게 “맡기고 가니까, 아들 잘 보살펴 잉”이라고 말했고 박 씨도 눈물을 흘리며 “걱정 마세요”라고 답했다.

이에 앞서 영남 씨는 남측 가족에 “전처 요코타 메구미(橫田惠)가 결혼 전에도 많이 아팠다”며 “보호해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인간적으로 (결혼)하고 싶어 (아픈 걸) 알고도 결혼했다”고 말했다고 영자 씨가 전했다. 영남 씨는 “지금도 (메구미와의) 결혼사진, (은경이) 돌사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남 씨는 상봉 기간 최 씨의 팔순 잔칫상을 마련하고 미국산 휠체어를 선물하는 등 자신의 영향력을 보여 줘 관심을 모았다. 영남 씨는 작별 상봉장에 전날 최 씨의 팔순잔치 때 찍은 사진들이 가득한 사진첩을 들고 와 “우리 측 관계자들이 나를 위해 준비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김영남 씨) 문제 해결을 위한 획기적 조치가 이뤄지도록 북측과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영남 씨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자진 월북이 아니라고 한 점에 유의한다”며 “(북한이) 과거보다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라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영남 씨 문제를 485명의 납북자 틀 내에서 관리해 왔다”고 말해 정부는 여전히 영남 씨를 납북자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영남 씨가 어머니 최 씨를 8월 아리랑 공연 때 평양으로 초청한 데 대해서는 “인도주의적인 사안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방북 승인 의사를 내비쳤다. 금강산=공동취재단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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