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미-일 정상회담 ‘밀월 확인’ …고이즈미 “고마워요 미국”

입력 | 2006-07-01 03:12:00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은 ‘가까운 동맹의 우의를 유감없이 보여 준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진행됐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된 환영식은 국빈급이었고, 정상 간 면담은 한국이나 중국 정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긴 2시간이나 진행됐다.

오전 11시 반에 시작된 공동기자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자주 웃음을 터뜨렸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구체적 농담까지 사전 기획된 흔적이 뚜렷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부시 대통령은 전날 저녁에 먹은 미국산 스테이크를 화두로 꺼냈다. 일본이 광우병 때문에 금지했던 미국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한 것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에게 “엊저녁에 드신 쇠고기가 미국 것 맞지요? 상쾌해 보이네요”라고 했다. “아주 좋았다”는 짤막한 응수가 나왔다. 기자단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부시 대통령은 납북된 일본 여성 요코타 메구미의 어머니를 백악관으로 초대한 일을 거론했다. 그는 “딸 가진 아버지의 심정에서 가슴이 메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생중계된 TV를 통해 일본 전역에 전달됐다.

북한의 대포동 2호 문제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부시 대통령은 “용납 못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을 시사했고, 고이즈미 총리는 “발사하면 다양한 압박이 불가피하다”고 화답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대북송금 제한, 북한선박의 일본 입항 제한은 일본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압박’으로 거론돼 왔다.

두 사람이 교환한 선물 꾸러미도 화제가 됐다. 부시 대통령은 회견에 앞서 장식장이 달린 구형 전축인 주크박스를 선물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즉석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너를 원하고, 필요로 하며, 사랑한다(I Want You. I Need You. I Love You)’라는 LP 음반을 걸어 들었다. 야구광인 부시 대통령은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일본에서 활동할 때 찍은 사진을 선물 받았다.

회견 후반부는 ‘엘비스 활용하기’ 경연장 같았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에 앞서 엘비스의 노래 ‘거친 것은 싫어요(Don't be cruel)’라는 말로 공격적 질문을 자제해 달라고 농담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전체 회견을 영어로 마무리했다. “미국민 여러분, 감사해요. 달콤하게 사랑해 줘서(Love me Tender).” 역시 엘비스의 대표곡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