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 월드컵 한국-스위스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3일.
독일에 출장 간 한국 기자들 사이에선 조별리그 때 받은 ‘경고(옐로카드)’가 16강전 이후에도 계속 유효한지, 아니면 2002 한일 월드컵 때처럼 소멸되는지가 논란거리였다.
이때 대한축구협회 가삼현 사무총장은 하노버 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조별리그 때 받은 경고 말소 여부는 조별리그가 끝나자마자 기술회의를 열어 결정될 것”이라며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때처럼 말소되지 않고 경고를 안고 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1993년부터 협회 국제부에서 일하며 국제국장까지 지낸 가 총장은 2000년 말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딕 아드보카트 감독 등을 영입한 ‘국제통’. 국제축구연맹(FIFA)을 비롯해 축구 관련 각종 국제회의에 수없이 참가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10월 사무총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대외 업무를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2006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받은 경고 1장은 16강전에 올라가면 소멸된다’는 규정이 대회 개막 석 달여 전에 이미 결정됐는데도 이를 모르고 있었던 것.
이는 FIFA 규정인 FDC에 따라 2월 17일 FIFA가 각국 축구협회에 보낸 공문(회람 10호)에 명시된 내용이었다. 더군다나 FIFA는 3월 본선 참가 32개국 워크숍을 열어 이 규정을 다시 한번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호나우두(브라질), 미하엘 발라크(독일), 아르연 로번(네덜란드), 스티븐 제라드(잉글랜드) 등이 모두 16강 진출과 함께 ‘전과 말소’의 특별 사면을 받았다.
그런데 소위 ‘전문가’인 가 총장은 이런 규정을 확인도 안 한 채 잘못된 정보로 한국기자단에 혼동만 부추긴 셈이 됐다.
이외에도 협회는 조별리그에서 승점이 같을 때 ‘16강 진출 팀을 가리는 방법’, 이번 대회부터 새로 바뀐 ‘오프사이드 규정’ 등 민감하고 정확한 지식을 요구하는 규정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미흡했다. 한국의 16강 진출 좌절뿐 아니라 협회의 ‘아마추어적인 지원’은 또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