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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충식]‘위험한 방문자’

입력 | 2006-07-02 19:49:00


서울시내 구청장 임기를 마친 이의 한마디가 귀에 쏙 들어온다.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을 조심하라. 비밀리에 만나고자 하는 사람은 공정한 게임을 기대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를 만나면 반드시 심각한 일이 생기고 만다.” 공개된 사무실을 마다하고 굳이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지방의 군수 자리를 ‘졸업’하는 한 사람도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옛 가르침을 강조한다. 사저에서의 만남은 의심받기 십상이고 앙화(殃禍)의 불씨다.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네가 알고(子知) 내가 알지(我知) 않느냐?” 중국의 고사에 나오는 일화다. 한밤에 사저로 금덩어리를 갖고 와서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받아 달라”고 간청하는 손을 뿌리치며 한 말이다. 뒷거래 뇌물은 아무도 모를 것 같지만 결국 다 알게 된다는 얘기다. 목민심서(牧民心書)에도 “뇌물은 밤중에 주고받으련만, 아침이면 이미 소문이 널리 퍼지고 만다”고 적혀 있다.

▷떠나가는 3기 지방자치단체장 248명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각종 비리로 기소됐다. 정확하게는 31.5%인 78명이 정치자금법 선거법 위반 및 뇌물수수 등으로 사법처리된 것이다. 1기의 23명, 2기의 60명에 이어 계속 늘어난 결과다. 대개 개발 정보를 흘려주거나, 건설 시공업자의 뇌물을 받다가 걸리고, 결혼 축의금 명목으로 돈을 받다가 쇠고랑을 차기도 했다. 투명하지 못한 밀실(사저)에서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탓이 크다.

▷사저와 ‘안방마님’은 바늘과 실 같은 관계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졌던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 부인과 박성범 의원 부인의 금품 수수가 그 증빙이다. 수억 원의 공천헌금, 달러 뭉텅이와 명품 핸드백 선물을 받아 남편을 곤경에 처하게 만든 것은 모두 안방마님들이다. 베갯머리 송사(訟事)라는 말이 달리 나왔겠는가. ‘공정한 게임’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은 대개 비상수단을 택한다. 4기 지자체 사람들은 ‘사저와 안방마님’ 때문에 벼락 맞지 않기 바란다.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