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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이정훈]세계적 문화예술도시 만들려면

입력 | 2006-07-03 03:00:00


‘문화 반도체-대한민국.’

메모리 반도체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더니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산 제품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문화 강소국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류 열풍을 타고 우리의 영화, 음악, 드라마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한국인의 아름다운 정서와 문화, 생활양식, 패션이 세계인의 오감을 사로잡고 그들의 두둑한 지갑도 열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04년 한류 열풍으로 인한 경제 효과는 1조4000억 원, 관광객 유치 효과는 약 8200억 원이나 됐다. 대한민국은 ‘문화는 상품이자 돈’이라는 문화경제시대의 새로운 논리를 이해하고 문화 선진국의 대열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들이 앞 다투어 ‘문화예술도시’를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도 문화예술산업이 가진 경제적 가치와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지역적 특성과 역량에 걸맞지 않게 유행과 외형적 성과만을 좇다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 문화예술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별화된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흔히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콘텐츠의 원천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 비해 풍족하지 못한 문화유산은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인 문화예술도시의 출현을 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그들과 닮기 위해서 애쓸 필요는 없다. 우리만의 방식을 찾으면 된다. 한류 열풍을 만들어 낸 우리의 창의성으로 보완해 나가면 된다.

문화유산과 결합된 다양한 형태의 창의적인 문화 예술 축제들을 개최해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로서의 위상을 구축한 영국의 에든버러나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서 ‘새로운 전통의 창조’를 외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독일의 뮌헨 맥주 축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음악제는 전통과 문화유산에 창의성을 결합해 해마다 수십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문화예술도시를 위해서는 핵심 주체들의 확고한 비전과 리더십도 중요하다. 지역의 문화 예술적 토양과 역량, 시장 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로드맵을 만들고 착실히 실현해 가야 한다. 영국의 셰필드와 스페인 빌바오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에도 문화예술도시로 발돋움하려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경기 안성시는 올해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받은 ‘남사당 풍물놀이’를 이미 몇 년 전부터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코드로 집중 육성해 왔다. 남사당 풍물놀이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이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사절로 초청된 데는 안성시의 그 같은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이 밖에도 부산, 광주, 전북 전주시, 경기 이천시, 경북 안동시 등 여러 도시도 지역 문화유산을 활용한 축제나 마케팅을 통해 고유한 문화적 이미지를 창출하려고 노력 중이다.

많은 지자체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어 다가오는 10년 안에 대한민국에서도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가 탄생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정훈 경기개발원 책임연구원 지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