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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박민혁]조작을 실수라 우기는 국정브리핑

입력 | 2006-07-03 03:00:00


국정홍보처의 인터넷 사이트 ‘국정브리핑’이 지난달 1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대학생 인터뷰 허위 기사를 게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국정브리핑은 정부의 정책 홍보를 주요 목적으로 내세우면서도 언론의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한 반박 등을 업(業)으로 해 왔다. 언론 보도의 부정확성을 비판하던 국정브리핑이 인터뷰를 하지도 않고 기사를 조작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안 연세대생이 이 기사를 올린 홍보처 담당자에게 항의하자 국정브리핑은 같은 내용을 지방대 학생 이름으로 고쳐 계속 내보냈다. 이런 사실이 밝혀진 뒤 거센 비판이 일자 홍보처는 지난달 30일 사과문을 머리기사로 사이트에 올렸다. 하지만 이나마 이날 저녁부터는 ‘사이트 개편 작업’ 때문에 아예 사과문을 볼 수 없었고, 2일에는 홈페이지 첫 화면 기사 목록 중에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이 한 줄 걸쳐 있는 정도였다.

홍보처 정책뉴스팀 간부는 “실수를 인정하지만 악의는 없었고 단지 구색을 맞추기 위해 연세대 학생의 연락처를 받아 미리 기사를 작성했다”며 “이후 학생들에게 연락해 기사를 수정하려 했는데 연락이 안 됐다”고 해명했다. ‘실수였고 악의는 없었다’고 했으나 하지도 않은 인터뷰를 조작한 것을 고의성 없는 ‘실수’로 볼 수 있을까.

국정브리핑이 언론 보도의 논조와 용어 선택까지 문제 삼으며 들이댔던 엄격한 잣대를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국정브리핑이 언론의 책임과 의무는 이행하지 않은 채 ‘관제(官製) 언론’ 구실을 하다 보니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는 게 언론학자들의 지적이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기자라면 기사 조작은 생각할 수도 없는 ‘반칙’이다. 기사 대신 ‘작문(作文)’을 하는 것은 기자와 언론사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허위 기사를 쓴 기자와 책임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그 직을 버려야 하고 언론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국정브리핑도 ‘언론’이라는 문화관광부의 유권해석까지 나온 마당에 사과문 하나 올려놓고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정도(正道)인지 기자 출신인 김창호 홍보처장이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박민혁 정치부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