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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정한]산별노조가 만병통치약 아니다

입력 | 2006-07-03 03:00:00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기아자동차, GM대우자동차 노조 등과 함께 산업별 노동조합(산별노조)으로 조직 형태를 전환했다.

한국의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현대차 노조의 산별 전환을 계기로 앞으로 산별노조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업별노조와 산별노조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현대차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조직 형태의 전환에 따라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현대차노동조합’이 ‘민주노총 금속산업노동조합 현대차지부’로 명칭이 바뀌었다. 전자가 기업별노조, 후자가 산별노조다.

기업별노조는 하나의 기업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로만 구성된 노동조합을 말한다. 반면 산별노조는 하나의 산업(예컨대 금속산업)에 종사하는 전체 근로자가 숙련도, 직종, 고용 형태를 불문하고 산업단위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다. 산별노조가 되면 예컨대 기업별노조였던 현대차, GM대우차 노조는 해산되고 금속산업노조의 지부(지회)로 편입되어 자율성이 크게 제한된다. 금속산업노조가 현대차, GM대우차노조 등 산하 조직의 교섭권, 단체협약체결권, 단체행동권을 갖기 때문에 산별노조의 힘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 기업별노조든 산별노조든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조직 형태가 다른 조직 형태에 비해 낫다고 한마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현대차 노조의 산별노조로의 전환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환영의 함성이, 경영계에서는 당혹감과 우려가 교차되는 등 평가가 아주 극단적이다. 노조에서는 기업규모별 고용형태별 근로조건 격차를 축소하여 경제적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경영계에서는 이중삼중의 교섭, 비생산적인 파업의 반복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주로 내세우고 있다.

산별노조로의 조직 형태 전환은 노조 조직률(임금근로자 중 노조원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1989년 19.8%, 2004년 10.6%)되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 1997년 3월 노동관계법 개정으로 사업장 내 복수노조 허용과 특히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명문화된 현실을 반영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경영계가 보는 산별노조는 아주 부정적이다. 가맹조직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조정자가 아니라 문제를 복잡하게 하고 힘을 남용하여 파업만 일삼는 조직으로 산별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산별노조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인 판단에는 경영자 스스로 산별노조에 대한 그릇된 판단에도 기인하지만 산별노조가 그동안 보여 왔던 부정적인 행태도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

또한 대량생산방식이 지배적이었던 산업화 시대에는 초(超)기업별 조직인 산별노조체제가 적합했으나 급변하는 기업경영 환경에서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 결정과 대응이 요구되는 무한경쟁시대에는 기업별노조가 적합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산별노조는 선이고, 기업별노조는 악인가.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별노조가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환경 변화와 정합성을 갖고 근로자의 삶의 질, 기업경쟁력, 나아가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노사관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있다. 다시 말해 무한경쟁시대에 기업의 영속적인 발전과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어떻게 도모하고, 성과만 공유하는 노사관계가 아니라 위험도 공유(risk-taking)하는 노사관계로 승화시키기 위한 각자의 역할과 실천 방안 마련에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이다.

김정한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