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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구역 출범3년… 경쟁력 없는 ‘동북아 허브’

입력 | 2006-07-03 03:00:00


지난달 초 중국 국무원은 발해 만 지역의 톈진(天津) 시 빈하이 신구(瀕海 新區) 개발계획을 내놓았다.

2010년까지 무려 62조 원을 투입해 ‘제2의 푸둥(浦東)’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대규모 외국자본 유치를 통해 상하이(上海) 시 푸둥지구와 함께 동북아 허브(HUB)로 입지를 확고하게 굳히겠다는 중국의 전략이다.

싱가포르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후 아시아 중심 국가로서의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멀리서는 중동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가 ‘외국 투자기업의 천국’을 표방하고 있다.

치열한 국가 간 허브 경쟁에서 7월 1일로 출범 3년을 맞은 한국 경제자유구역의 발걸음은 힘겨워 보인다.

○ 원스톱 아닌 ‘멀티스톱 서비스’

미국 실리콘밸리의 A 정보통신기기 관계자는 올해 초 한국의 지인에게서 인천 송도지구 내 ‘유비쿼터스 정보기술(IT) 클러스터’ 입주 시 유리한 점을 여러 차례 전해 들었다.

그는 당연히 한국의 정보통신부 소관사항일 것이라고 생각해 국제전화로 문의를 했다. 하지만 전화만 여러 부처로 돌아갈 뿐 어디서도 제대로 된 정보를 들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송도지구 입주를 포기하고 말았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투자환경 국가비교 보고서에서 “한국은 투자유치를 전담하는 통합기구가 없으며 홍보, 인허가 업무 등이 해당 기관별로 분리 운영돼 원스톱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며 “그나마 행정지원 서비스에 그칠 뿐”이라고 자평했다. 통일된 조직이 없어 직접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특히 투자유치 이전 단계인 개발사업 승인 때 행정절차의 지연은 심각하다.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달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자유구역 국민경제자문회의 때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 간소화를 정식 건의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때 사전환경성 검토를 받는데 다시 1년여 간 환경영향평가를 받다 보니 개발사업 착수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인천 송도지구 개발사업자인 게일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거쳐야 할 곳이 워낙 많아 원스톱 서비스가 아니라 멀티스톱 서비스”라고 말했다.

○ 투자자 눈높이 못 맞추는 인센티브

미국 인터넷서비스업체인 B사는 최근 아시아 지사를 만들기 위해 아시아 각국의 투자 환경을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경제자유구역에 관심을 뒀다.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세금이었다.

B사 관계자는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이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결론을 내고 싱가포르 쪽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율이 싱가포르는 22%, 홍콩 16%, 중국 푸둥지구는 15%인데 한국은 25%다. 두바이 제벨알리 특구에는 입주 기업에 대한 세금이 아예 없다.

한국도 법인세를 3년간 100%, 2년간 50% 감면해 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제조 물류 관광업에만 적용되는 등 여전히 싱가포르 중국 등 경쟁국에 뒤처진다.

특히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는 과밀억제권역으로 지정돼 있어 취득·등록세를 다른 지역의 3배나 내야 하는 불합리한 제도가 버젓이 버티고 있다.

재정경제부 백용천 송도·청라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인 한국의 세금제도를 홍콩 등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또 외국투자기업들은 삼성 LG 등 대기업이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한다. 기술 제휴와 납품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동률 기업도시팀장은 “경제자유구역 입주 인센티브를 외국기업에만 줘서 국내기업이 들어가고자 할 만한 이유가 없다”며 “특히 인천은 수도권 규제에 묶여 입주 자체가 제도적으로 막혀 있다”고 말했다.

○ 미흡한 인프라와 무분별한 지역 개발

비록 개발을 시작한 지 3년밖에 안됐지만 경제자유구역 인프라 구축이 미진한 것도 외국 투자자들의 발길을 주저하게 하고 있다.

상하이 푸둥지구는 급수 전력 난방 배수 통신 도로 등과 매립된 땅을 평평히 다진 뒤 기업의 입주가 시작됐다.

반면 인천 송도지구는 1611만 평 중 400만 평만 매립됐을 뿐이며 여전히 공사 중이다. 또 광양 경제자유구역은 광양만에 연결되는 고속도로가 하나도 없어 접근하기에도 여의치 않다.

부산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외국기업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허허벌판을 보고 어떤 기업이 입주 결정을 내리겠느냐”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인천 송도국제학교와 영종국제학교 등 교육시설과 인천 송도지구에 뉴욕장로교병원(NYP) 등 의료기관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경쟁국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 상하이에는 9개 외국인학교, 16개 외국합작병원이 있고 싱가포르도 외국인학교가 22개나 된다. 중동 두바이는 외국인학교가 79개나 된다.

한편 무분별한 지역 개발사업이 경제자유구역의 활성화를 막는다는 지적도 많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두바이, 세계로 열린 중동의 허브’ 보고서에서 “한국은 동시 다발로 추진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 및 기업도시 등의 개수를 대폭 줄여서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 3곳, 국제자유도시 1곳, 자유무역지역 8곳, 기업도시 6곳 등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가 재정으로는 지원이 한정될 수밖에 없어 추진력이 분산된다는 것.

지난달 7일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자체의 국고지원 확대 요구에 대해 “현재 경제사업비를 줄여 복지사업비로 전환해야 할 상황이므로 추가 지원은 어려우며 지자체가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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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은

2020년 완성 초대형 프로젝트

인천 광양 부산-진해 3곳 지정

출범 3주년을 맞은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은 2008년까지 1단계 사업이 완성되며 최종 사업 종료는 2020년까지다. 그만큼 중장기 대형 프로젝트다.

3년 성적표만 보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반면 광양과 부산-진해는 더디다.

인천은 현재 송도 청라 영종 3개 지구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송도지구에는 미국 뉴욕 시 맨해튼 재개발사업을 담당했던 게일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이 합작해서 컨벤션센터와 주상복합단지, 국제학교 등이 들어서는 국제업무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총 173만 평 대지에 2015년까지 24조 원을 투자해 오피스빌딩 60여 동, 상업 주거시설, 학교 병원 등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미 컨벤션센터와 주상복합 송도국제학교는 착공했다.

청라지구는 서울과의 인접성을 활용해 도심에 국제금융을 포함한 비즈니스단지를 만들고 주변 녹지에 레저 위락단지를 조성하게 된다.

영종지구는 인천국제공항을 배후로 두고 항공물류 중심지역으로 개발하기 위해 DHL, TNT 등 세계적 물류기업의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올 1월에 부산신항을 개장한 데 이어 물동량 확보를 위해 일본 등지의 물류기업 유치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 신호 부산과학산업단지를 기계 자동차 부품 중심의 산업클러스터로 조성하기 위해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남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여수 화양지구 관광 레저단지 개발 승인이 최근 떨어졌다. 광양만권도 개발 콘셉트는 역시 해운물류 허브로 육성한다는 것.

이를 위해 광양항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부산과 광양의 두 경제자유구역이 물류 허브 주도권 경쟁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