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누렇게 변한 경북 칠곡군 도로변의 아까시나무. 심은 지 40년이 지나면서 생육이 부진해 전국의 아까시나무가 황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칠곡=연합뉴스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서울시청으로 가는 3호 터널 주변의 남산.
초록빛으로 뒤덮여야 할 여름철에 아까시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어 떨어져 있었다.
개인택시 운전사 최모 씨는 “여름철에 남산의 아까시나무 잎이 단풍처럼 떨어지는 것이 희한하다”고 말했다.
아까시나무 잎이 누렇게 변하는 황화(黃化)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산림청과 서울시, 경북도에 따르면 황화현상은 지난달 초 경북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뒤 한 달 만인 2일 서울, 경기, 경남, 전남북 등 전국으로 빠르게 번졌다.
이 때문에 국립산림과학원과 전국 시도 산림과에는 황화현상의 원인과 대처 방법을 묻는 민원 전화가 하루 평균 수십 통씩 걸려오고 있다.
벌꿀의 70%가량을 아까시나무에서 채취하는 양봉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양봉협회 관계자는 “아까시 꿀 채취는 5월 말로 끝났지만 황화현상으로 영양 공급이 줄어든 아까시나무의 꽃 개체 수가 크게 줄면 내년에 꿀 채취량이 크게 줄어들어 꿀 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아까시나무의 황화현상은 병충해 때문이 아니라 고령화로 인한 노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60∼80년대 산림녹화 사업으로 심은 아까시나무의 나이가 많아 쇠약해지면서 생육이 부진한 데 따른 현상이라는 설명. 아까시나무의 수명은 평균 40∼45년.
국립산림과학원 이천용 임업연구관은 “올해 5월은 전국적으로 예년보다 평균 기온이 1.5도가량 높은 건조한 나날이 계속돼 노쇠한 아까시나무가 수분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황화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현재 아까시나무 황화현상 실태조사단이 구성된 만큼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미=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아까시나무::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고 25∼30m 자란다. 추위와 공해에 강해 관상용이나 산사태 방지용으로 많이 심는다. 5, 6월에 피는 꽃에는 꿀이 많다. 우리가 흔히 아카시아라고 하는 나무는 아프리카 등 열대지방이 원산지로 아까시나무와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