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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산 없는 ‘암표와 전쟁’…실명제에도 갈수록 기승

입력 | 2006-07-03 03:00:00


“표 사세요. 2장 있습니다.”

잉글랜드-포르투갈의 2006 독일 월드컵 8강전을 앞두고 수만 명이 일제히 쏟아져 나오는 2일 독일 겔젠키르헨 역.

작은 종이 위에 표를 판다는 문구를 적은 암표상이 조용히 서 있다.

그 옆에는 경찰이 서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편 잉글랜드-포르투갈 표가 있으니 4강전 표와 바꾸자는 사람도 서 있다. 암표상에게 슬쩍 얼마냐고 물어보니 “얼마를 줄 수 있느냐”고 되묻는다. “100유로(약 12만 원)면 될까?”라고 말했더니 “농담하느냐?”며 외면했다.

이날 8강전의 공식 표 가격은 1등석이 180유로, 4등석이 55유로. 그러나 암표상은 어느 표든 300유로 이상을 요구했다.

한편 여기저기에 “제발, 표가 필요합니다”라는 문구를 들고 암표상에게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서 있다.

12개 월드컵 개최 도시 어디를 가도 이 같은 암표상들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스위스전 때는 암표가격이 200유로까지 올랐고 많이 팔렸다고.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주최 측은 표마다 신상명세가 들어 있는 마이크로 칩을 부착해 암표상과 훌리건을 근절하겠다고 했지만 소용없다.

입장 때 너무 긴 줄을 서게 될 것을 우려해 대부분 형식적인 검사만하고 있다. 철저한 검사는 400∼500명 선에 그치고 있다.

독일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각종 기업들이 후원용으로 마련한 표와 일부 가난한 국가에서 온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들이 표를 빼돌려 팔고 있다는 것.

아프리카의 한 FIFA관계자는 12장의 표를 기자들과 잉글랜드 팬들에게 팔다가 본국으로 쫓겨났다.

겔젠키르헨=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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