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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 초기에 잡자]췌장암

입력 | 2006-07-03 03:00:00


그녀는 들어올 때부터 힘들어 보였다. 그녀는 경남 창원시에 있는 노인복지관의 사회복지사로서 30여 명의 치매 및 만성질환 노인을 돌보는 데 보람을 느끼며 살아왔다.

스스로 건강체질이라 여길 정도로 감기 한번 앓은 적이 없던 터였다.

이러한 박웅순(46·경남 양산시 신기동) 씨가 22일 오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췌장담도암 클리닉의 송시영 교수를 찾았다. 송 교수는 췌장암의 맞춤형 항암치료분야의 권위자로 2003년 동아일보 선정 베스트닥터 담췌장질환 명의로 선정된 바 있다.

○ 자칫하면 ‘콩팥염증’으로 오해

박 씨는 4월 초부터 소화도 안 되고 허리가 아파왔다. 그때마다 진통제와 소화제로 달랬다.

출퇴근하는 동안 허리 통증 때문에 중간에 멈추어 쉬는 날이 늘어났다. 특히 하루의 피곤이 몰리는 잠자리에선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이 시작됐다.

다행히 허리를 숙이면 통증이 덜해져 그나마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결국 동료 직원들에게서 심한 디스크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들의 권유로 가까운 종합병원을 찾았다. 초음파와 혈액검사에선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 않았고 다만 소변검사에서 염증 세포가 보여 콩팥에 염증이 생긴 신우신염일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후 항생제 주사제 치료를 2주간 받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배와 등으로 뻗치는 통증이 심해졌고 체중도 두 달 동안 8kg이나 빠졌다. 아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보름 만에 전에 갔던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게 되었다.

결국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뒤 이틀 후 검사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날 박 씨는 간으로까지 전이된 췌장암 말기며 6개월 시한부 삶이라는 선고를 받았다.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들이 진단받기까지 겪는 상황을 똑같이 겪으셨어요.”(송 교수)

송 교수는 박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안타까워했다. 심한 허리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고 옆으로 누워 몸을 구부리면 통증이 덜한 것이 췌장암의 대표적 증세라고 했다.

“아직도 그때 종합병원에서 제 병을 왜 찾지 못했는지 이해가 안 돼요.”(박 씨)

“췌장암은 초음파로도 잘 보기 힘든 경우가 많아요. 특히 뚱뚱한 남성의 경우 배의 가스나 지방에 가려 암을 찾기가 더 어려워요.”(송 교수)

○ 확실하게 알려면 복부 CT 찍어 봐야

사실 허리가 아프거나 체중이 빠진다는 증상으로 제일 먼저 췌장암을 의심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50세 넘어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지속되는 허리 통증 및 황달, 당뇨병이 생기는 경우엔 한번쯤은 의심을 해 봐야 한다.

특히 환자의 80%에서 보이는 황달은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러나 박 씨처럼 암이 담즙이 흐르는 관을 막지 않고 아래로만 자라는 경우엔 이 증상마저 없다.

박 씨는 목이 메어 말을 잘하지 못했다. 송 교수는 솔직히 상황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치료를 통해 많이 나아진 환자들을 봤다면서 위로했다.

박 씨는 첫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최근 입원했다. 힘든 암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내가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또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아들을 위해, 또 봉사하면서 정들었던 노인 분들을 위해, 무엇보다 내 자신을 위해 열심히 치료받을 생각이에요. 내게 주어진 또 다른 삶이라 생각해요….”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전문가 진단

박 씨는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에서 췌장 머리 부분에 4.2cm의 종양이 확인됐다. 또 간과 목 림프샘에서도 전이가 확인돼 췌장암 4기로 진단됐다. 수술이 어렵기 때문에 항암치료에 따른 경과를 지켜보면서 방사선 치료 등 여러 가지 치료법을 계획할 예정이다.

췌장암은 암 전체 발생률 9위이며, 2004년 암으로 인한 사망원인에서 남자는 5위, 여자에게는 7위로 결코 드물지 않은 암이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짧은 시간 내에 암이 성장하며 전이가 잘돼 암 중에서도 가장 나쁜 암이다. 2003년 새롭게 발생한 암 환자의 1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췌장암은 33.7%로 가장 낮았다. 이는 주변에 혈관이 많아 암이 조금만 커져도 수술이 힘들뿐만 아니라 대부분 병이 진행된 뒤 발견되기 때문이다. 또 실제 수술로 암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경우는 10% 내외며 재발률 또한 높다.

췌장암의 대표적인 3대 증상은 황달, 통증, 체중 감소이다. 췌장암은 여느 암보다 명치 부위나 등 쪽의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췌장 바로 뒤에 많은 신경이 있는데 암이 이곳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허리 통증은 서 있을 때 더 심해지며 허리를 숙이거나 모로 누우면 통증이 감소해 많은 췌장암 환자가 새우잠을 잔다.

췌장암으로 진단받으면 6개월밖에 못사는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로 췌장암을 불치의 병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췌장암의 크기가 1cm 이하고 다른 곳에 전이가 없다면 생존율은 90%로 높다.

또 최근 개발된 효과적인 항암제들을 방사선 치료와 함께 투여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다만 초음파에 보이지 않는다고 CT를 찍으면 이것을 건강보험에서 삭감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마음대로 찍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송시영·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췌장·담도암클리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