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내 종합리조트 단지인 전남 여수시 일원 ‘화양지구’의 개발 승인에는 8개월 이상이 걸렸다. 이 사업의 추진 주체인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광양청) 백옥인 청장은 지난달 말 집무실로 찾아간 본보 기자에게 “명색이 경제자유구역인데…”라며 한숨부터 지었다. 광양청이 재정경제부에 화양지구의 개발사업 승인을 신청한 것은 지난해 8월 26일. 승인을 위해 거쳐야 할 협의사항은 환경영향평가와 도시관리계획, 산지전용협의 등 17개 분야 23개 기관에 걸쳐 있었다. 일부 부처에서는 “경제자유구역이 뭐냐. 우린 모른다”고 하거나 아예 “못해 준다”는 곳도 있었다. 광양청은 결국 관계 부처를 평균 5, 6회씩 직접 찾아가 설득한 끝에 8개월이 지난 올해 5월 4일에야 조건부 승인을 얻어 냈다.》
이달로 출범 3주년을 맞은 경제자유구역이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2003년 7월 1일 시행된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라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 3개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중국 상하이(上海)의 푸둥(浦東) 지구와 중동의 두바이 등을 모델로 한국을 동북아시아 중심 국가로 만들겠다는 계획에서였다.
하지만 정부가 내세운 ‘동북아 허브(HUB)’의 꿈은 현재로서는 멀기만 하다.
재경부조차 최근 “국가 간 허브 경쟁 가속화와 국가 역량 결집 부족으로 두바이와 푸둥 지구에 비해 획기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3주년 평가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행정 절차와 수도권 규제, 부담금 등 규제 완화 미흡 △개발사업자를 통한 입주 기업 유치 미흡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인식 차이 등을 들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자인 미국 게일인터내셔널 스탠리 게일 회장은 최근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외국 기업에 사업 인허가가 어렵다는 것은 곧 사업 진출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 유치도 △원스톱 서비스 부족 △세금과 땅값이 높고 기반시설 등 미흡 △국내 대기업의 입주 기피 등으로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경부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국내 3개 경제자유구역에서 본 계약을 체결한 사업은 모두 18건에 171억8000만 달러. 하지만 이 가운데 4건이 기반시설 구축 등 개발사업자로 실제 기업 유치는 14건, 28억8500만 달러에 머물렀다.
반면 두바이 제벨알리 특구는 1985년 지정 이후 2004년까지 무려 2700개 외국 기업을 유치했다. 소니 필립스 노키아 삼성 등 대부분이 세계적 기업이다.
한국과 가까운 푸둥 지구에도 세계 500대 기업 중 15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한국의 경우 무분별한 국토 개발사업으로 경제자유구역에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용규 수석연구원은 “경제자유구역 3곳과 기업도시 등 각종 지역개발사업으로 추진력이 분산돼 효과가 미흡하다”며 “전혀 특별할 게 없는 경제특구가 돼 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조성익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은 “문제점 등을 보완해 2008년경에는 성공 모델이 하나쯤은 나올 수 있도록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양=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