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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동관]代筆해 본 ‘수석 당원’의 편지

입력 | 2006-07-03 04:09:00


열린우리당 당원 여러분.

저는 지난주 당(黨) 지도부를 만나 향후 정국과 관련해 몇 가지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5·31지방선거 결과에 좌절하지 말고, 파랑(波浪)에 흔들리지 않는 큰 배처럼 항진(航進)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런데도 당에서 “대통령이 아직 정신 못 차린 것 같다”는 수군거림이 들리고 패배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보며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에 인터넷을 검색하다 말고 편지를 씁니다. 물론 ‘수석 당원’으로서입니다.

제가 당 지도부에 전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탈당(脫黨)하지 않겠다. 둘째, 민주당과의 연대론이나 특정인물 영입론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 셋째, 민생 문제가 내년 대선 국면에서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어려울 때는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역사를 자주 거론하니까 ‘현실 도피’라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죠. 그러나 5년 전을 돌이켜 보십시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3형제 비리연루 의혹으로 ‘식물 정권’ 운운하는 얘기가 나오고 ‘정보기술(IT) 거품’의 붕괴로 경제가 흔들렸습니다. 이런 절망적 상황에서 우리는 경선(競選) 드라마와 후보 단일화로 ‘12·19의 승리’를 이뤄 냈습니다. 학습효과 때문에 국민이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역사의 다이내미즘을 모르는 소리입니다. 대중은 쉽게 분노하고 쉽게 잊습니다. 선거 승패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저의 구상은 허황된 것이 아닙니다. 내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시작되면 내수(內需)가 일어나고 충청 민심이 되돌아올 것입니다. 그동안 경기진작책을 쓰지 않았으니 작은 부양책도 효과를 거둘 것입니다. 부동산 투기도 잡혀 가는 만큼 세금 부담 경감조치를 계속할 것입니다. 386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6억 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를 줄이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북풍(北風) 카드’도 필요하다면 쓸 것입니다. 효과를 의문시하는 의견도 많지만 막상 남북정상회담이 현실화되면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일 것입니다. 북한 정권도 ‘수구꼴통’ 집단의 집권은 원치 않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타결되면 한미동맹 이완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될 것입니다. 임기 말까지 ‘충성하는 사람에게 철저히 보상하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인사를 통해 공직사회도 확실히 장악할 것입니다.

저는 국민이 아직도 원하는 것은 ‘개혁과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시대정신’인 것입니다. ‘호남 표’에 기대거나 자기 정체성(正體性)이 불분명한 외부 인사를 영입해 대선에서 이기겠다는 발상은 3김(金)식 계산법일 뿐입니다. 정치공학적으로도 지금은 이러니저러니 하지만 호남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표를 던지는 일은 이번에도 없을 것입니다. 5년 전 DJ가 했다는 말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영남 후보에 호남 표와 진보적 지식인 세력, 서민 표를 합치면 반드시 이긴다.”

이런 얘기를 하면 ‘잠꼬대 같은 소리’라고 생각할 당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란 꿈꾸고 준비하는 세력의 몫입니다. 벌써부터 “게임은 끝났다”며 ‘밥그릇 챙기기’에나 바쁜 한나라당에 국민의 미래를 맡길 수 없습니다.

다시 떨치고 일어서서 ‘리멤버 12·19’를 재현합시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