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4팀 남았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4개국이 우승컵을 향한 또 하나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대회 4강은 공교롭게도 모두 유럽 팀. 유럽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유럽세가 강세를 보여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4강을 모두 유럽이 독식한 것은 무려 24년만의 일이다. 참고로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유럽 2팀(독일,터키)과 남미(브라질), 그리고 아시아(한국)가 4강에 올라 나름대로 대륙별 균형을 이뤘다.
유럽 팀 간에 펼쳐지는 진검승부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세계 축구팬들의 눈은 4강전이 열리는 독일 도르트문트와 뮌헨으로 쏠리고 있다.
▲독일 vs 이탈리아 (한국시간 7월 5일 오전 4시)
독일의 가공할 득점력이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독일이 주최국의 이점을 안고 있지만 역대 월드컵 전적에서는 이탈리아가 2승 2무로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
독일은 이번대회 8골을 합작한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루카스 포돌스키로 대표되는 공격라인이 장점. 공수를 조율하는 미하엘 발라크의 노련미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지난 아르헨티아와의 8강전에서도 입증됐듯 강인한 체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수비력도 대단하다. 무엇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본 경기력만으로는 독일이 이탈리아보다 좀 더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발라크의 컨디션에 따라 미드필드에서의 원활한 볼 배급 여부가 결정될 만큼 그에 대한 의존도가 큰 부분이 문제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전통의 축구 강국.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가졌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말처럼 이탈리아 대표팀은 독일을 능가하는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됐다. ‘빗장 수비’라는 명칭에 걸맞게 조별예선 미국 전에서 허용한 자책골이 유일한 실점. 그렇다고 프란체스코 토티와 루카 토니, 그리고 알베르토 질라르디노 등이 주도할 공격진도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프랑스 VS 포르투갈 (한국시간 7월 6일 오전 4시)
역시 예측 불허의 접전이 될 전망. 두 팀 모두 예상을 깨고 4강까지 올라온 만큼 분위기도 상승세다. 다만 프랑스는 체력 문제, 그리고 포르투갈은 부상 선수들의 회복 여부 등이 아킬레스건이다.
브라질을 꺾은 프랑스의 저력은 과연 대단했다. 지네딘 지단이 전혀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으며 프리미어리그를 평정한 티에리 앙리의 ‘킬러 본능’도 여전하다. 브라질을 압도했던 미드필드 진의 노련함은 프랑스의 최대 무기. 또한 프랑스는 역대 전적에서 포르투갈에게 4전 전승을 거두고 있어 심리적으로도 우위에 있다. 단지 정신력으로 버텨야 할 만큼 체력이 바닥난 지단과 파트리크 비에라 등이 얼마만큼의 투혼을 발휘해 줄지가 관건이다.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는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 감독이 이끄는 포르투갈로서는 월드컵 우승이라는 꿈을 이루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를 맞았다. 지단과 동갑내기 맞대결을 펼치게 될 루이스 피구가 중원을 지휘하고 ‘신성’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돌파력도 가공할 만 하다. 특히 전 경기 퇴장으로 지난 8강전에 결장한 미드필더 데쿠가 본의 아닌 휴식을 갖고 돌아오는 만큼 미드필드 진의 짜임새는 더욱 좋아졌다. 그러나 피구와 호날두가 각각 근육통과 발 부상이 재발해 4강전을 앞두고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