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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역사 읽기 30선]고고학자 조유전의 한국사…

입력 | 2006-07-04 03:12:00


《가로걸이대는 수레를 끄는 말의 고삐가 통과하는 부분으로 멍에가 장착되며 수레채에 의해 굴대와 연결된다. 특히 가로걸이대의 고삐 고리에서는 마차를 몰았던 흔적이 확인된다. 수레바퀴와 가로걸이대가 실물로 출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수레는 이 지역에 수장급 실력자가 존재했음을 알려 주는 권위적 상징물이며 활발한 물자 교역 및 교통체제가 이뤄졌음을 알려 주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발췌한 문장은 1997년 광주 광산구 신창동 마한 유적 발굴에 관한 기록이다. 이 발굴의 성과로 ‘마한인은 소나 말을 탈 줄 모른다’는 ‘후한서’의 기록이 틀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고고학은 이처럼 고대사의 수수께끼를 풀어 가는 역사기행이다. ‘고고학자 조유전의 한국사 미스터리’는 저자가 주도했거나 참여했던 고고학 발굴현장의 긴박감과 흥분된 분위기, 그리고 뒷이야기 등을 생생하게 전해 주고 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우리 고대사의 수수께끼가 다 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압지에서 출토된 목제 남근을 통해 신라 상류사회의 개방적 성 풍습을 추리해 내는가 하면, 고인돌 밑에서 서양인의 두개골 구조를 지닌 키 174cm의 청동기시대 인골을 수습하여 한국사의 미스터리를 추가하기도 한다. 고고학 사상 최고의 기념비적 발굴이면서 기술 부족과 졸속 작업으로 자칫 잘못했으면 대재앙이 될 뻔했던 공주 무령왕릉 발굴 비화 등도 생생하게 들려준다.

저자는 1971년 무령왕릉 발굴을 시작으로 1977년에는 경주고적발굴조사단장을 맡았으며, 이후 30년에 걸쳐 고고학 발굴조사에 앞장섰다. 발굴현장에서 청춘을 보낸 야전 고고학자가 쓴 이 책은 역사논문처럼 딱딱하지 않으며 발굴 당시의 일화를 현장 중심으로 서술하고 관련 사진을 곁들였다. 역사에 문외한이라도 재미있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무지와 무관심, 무분별한 난개발로 갈수록 파괴되어 가는 소중한 문화유적의 참상을 준엄하게 고발하고 있기도 하다.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거나 무시하는 나라와 겨레의 앞날은 희망도 발전도 없다. 역사교육을 소홀히 하고 푸대접한 결과 젊은 세대 대부분이 삼국의 시조가 누군지도 잘 모르고 있지 않는가.

고고학은 과거로 가는 문이다. 기록이 보잘것없는 우리 고대사의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데는 고고학적 발굴 성과에 크게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유일한 정사인 ‘삼국사기’의 기록이 모호한 까닭에 한일, 한중 간은 물론, 국내 사학자들 사이에서도 이설과 논쟁이 끊임없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사실 중국이 ‘동북공정’에 이어 ‘탐원공정(探源工程)’을 통해 고조선사까지 탈취하려는 것도 고고학적 발굴 결과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황허문명을 중국문명의 뿌리로 삼아 왔는데, 요하유역에서 비파형 청동검 등 황허문명보다 앞선 고조선시대의 유물이 대거 출토됐으며, 더구나 은허유적보다 훨씬 오래된 갑골문이 이 지역에서 발굴됐던 것이다. 이에 위기를 느낀 중국이 고조선의 요하문명까지 중국문명사에 편입하려고 획책하는 것이 바로 탐원공정이다.

일본의 역사왜곡이 끊이지 않고, 중국의 고구려사, 발해사에 이은 고조선사 탈취 기도가 갈수록 노골화되는 시기에 우리 역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한국사 미스터리’ 같은 역사대중서가 많이 나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며 바람직한 현상이다. 역사를 잘 알고 지키는 것이 곧 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한 길이 된다.

황원갑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