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새로 생긴 ‘괜찮은 일자리’가 14만 개로 전년 30만 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5월 실업률 3.2%에 취업자 수도 늘어나는 등 한편의 고용 안정 속에서도 노동시장 체감경기가 나쁜 것은 이 때문이다.
‘괜찮은 일자리’란 전체 산업의 명목 월평균 임금을 웃도는 부문 즉 금융, 보험, 정보기술(IT) 서비스 등의 일자리를 말한다. 작년에 ‘괜찮은 일자리’가 재작년 수준인 30만 개만 생겼더라도 연쇄적인 일자리 상향 이동까지 감안하면 국민의 일자리 만족도가 훨씬 높아지고 가계수지도 좋아졌을 것이다.
올 1분기(1∼3월) 중 취업을 준비하는 비(非)경제활동인구가 2003년 첫 조사 이래 가장 많은 49만여 명에 이른 것도 ‘괜찮은 일자리’ 부족과 관련이 있다. 심각한 취업난은 ‘이구백’(20대 90%가 백수) ‘십장생’(10대들도 장차 백수가 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같은 신조어를 추가로 낳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5년간 25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던 대선공약이나 ‘좋은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던 정책약속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양극화 논쟁, 부동산세금 때리기, 비효율적 나눠주기 복지에만 매달려선 이루지 못할 약속이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부동산대책과 증세(增稅)에 매달리다가 5·31지방선거 뒤 “앞으로 모든 경제정책을 일자리 창출과 연계시키겠다”고 불쑥 밝혔다. 그러더니 며칠 만에 후임자 내정 발표를 맞았다.
‘괜찮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려면 정부 규제, 특히 덩어리 핵심 규제를 확 풀어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길밖에 없다. 규제를 대폭 줄였다는 경제특구에서조차 여러 부처의 개발 승인을 받는 데 8개월이 걸린다니 딴 곳에선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을 그대로 두고는 괜찮은 일자리는커녕 질이 떨어지는 일자리도 만들기 어렵다. 외국에선 늘어난 일자리로 정부의 종합성적을 매긴다. 노 정부는 ‘괜찮은 일자리도, 보통 일자리도 못 만든 정부’로 끝나고 마는가.